미국 보스턴에 사는 앨런 필립스씨.그의 집 부엌에는 22인치 크기의 액자가 걸려 있다.가족사진이나 풍경화가 아니라 '디지털 액자(digital frame)'다.이 액자는 디지털 사진은 물론 오늘의 뉴스,시내 교통 상황,볼 만한 영화 목록 등을 보여준다.가족들은 아침 식사 때마다 이 액자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접한다.

통신과 액정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액자가 진화하고 있다.LCD가 달린 디지털 액자는 사용자가 고른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준다.한 가지 그림만 진열하는 기존 액자와 다른 점이다.인터넷에 연결돼 각종 최신 정보를 받을 수도 있다.액자가 단순한 장식 기능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보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액자 자체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코닥은 1999년에 300달러짜리 상품을 출시한 적이 있다.마이크로소프트는 2004년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빌 게이츠의 시연을 통해 디지털 액자를 선보였다.이때까지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하지만 액정 가격이 저렴해지고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가정이 늘면서 최근 디지털 액자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미국 소비자가전협회(CEA)는 올해 디지털 액자 판매량을 지난해의 두 배인 326만개로 예측했다.시장 규모는 3억1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CEA는 해마다 '올해 최고의 가전제품'을 선정하는데 올해는 디지털 액자 부문을 신설했다.

무선통신 기술은 제품의 기능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디지털 액자 제조업체인 디링크시스템의 스티븐 조 최고경영자(CEO)는 무선인터넷 기능을 갖춘 디지털 액자가 현재 4%에 그치지만 2010년에는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그때가 되면 액자를 통해 음악이나 라디오방송을 즐기고 인터넷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것.프레임미디어 측은 "액자는 무선 기능을 통해 하나의 정보 장치로 거듭날 수 있다"며 "집 안 여러 곳에서 동시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액자 서비스 업체인 프레임미디어는 가입자들에게 무선인터넷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콘텐츠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자연 이미지부터 가필드 만화,성서의 명구 등 300여종에 달한다.마이크로소프트는 디지털 액자를 통해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에 접속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MS의 게오르그 페치니그 프로그램매니저는 "디지털 액자가 앞으로 친구와 가족을 이어주는 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에서는 주로 선물용으로 디지털 액자를 구입하고 있다.하지만 그 용도는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매장에서는 액자를 활용해 제품 광고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가전업체 월풀은 냉장고 문에 액자를 부착해 주부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2004년 액자 사업에서 손을 뗐던 코닥은 지난해 70~250달러짜리 제품으로 시장에 재입성했다.

디지털 액자 부품업체인 유비콤의 키스 모리스 부사장은 "액자 시장의 성장세가 매우 빠르다"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팽창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