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이당 10만원 더 받아

백화점들이 막바지 설대목을 맞아 길이 20㎝ 이상 대형 굴비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선물용으로 한우갈비 못지않게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백화점들이 선물용 '대형'의 기준으로 삼는 20㎝ 이상 길이의 굴비는 영광 법성포 등 주요 어장에서 총 어획량 기준으로 15%에 불과할 만큼 물량이 많지 않다.이에 따라 가격도 한우갈비보다 훨씬 비싸다.현대백화점은 '참굴비세트(10마리)'를 매(梅·25cm 이상) 49만원,난(蘭·24cm 이상) 40만원,국(菊·23cm 이상) 30만원,죽(竹·22cm 이상) 20만원,송(松·21cm 이상) 15만원에 팔고 있다.

'죽'과 '송'이 5만원 차이나는 것을 제외하면 굴비 길이가 1cm 커질 때마다 9만~10만원씩 가격이 높아진다.한세트에 열 마리가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마리의 ㎝당 가격이 9000~1만원에 이른다는 얘기다.현대백화점은 한우갈비세트 3.2㎏짜리를 21만원에 팔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10마리가 들어 있는 '황토염 굴비'를 1호(25cm 이상) 48만원,2호(24cm 이상) 38만원,3호(23cm 이상) 28만원,4호(22cm 이상) 20만원,5호(21cm 이상) 1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특이한 것은 선물세트의 상자 하단에 눈금을 표시해 소비자들이 크기를 바로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백화점 관계자는 "㎝당 가격이 워낙 차이가 크다 보니 정확한 크기를 확인하려는 고객들이 많아 아예 눈금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롯데나 현대와 달리 무게를 기준으로 대형 굴비를 판매하고 있지만,가격대는 비슷하다.이 백화점의 참굴비세트(10마리)는 1호(2kg) 50만원,2호(1.8kg) 40만원,3호(1.6kg) 30만원,4호(1.4kg) 20만원,5호(1.2kg) 15만원 등에 판매된다.호수별로 무게가 0.2kg 증가할 때마다 10만원씩 가격이 올라간다.

신세계 관계자는 "건조 과정에서 길이를 인위적으로 늘릴 수도 있고,머리부터 꼬리까지 길이를 측정하는 게 부정확할 수 있다"며 "길이보다 무게가 정확하다고 판단해 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광수협은 지난해부터 10마리 선물세트는 무게와 크기를 함께 표시하고,20마리짜리는 무게만 표시해 판매하고 있다.이곳에서의 도매가도 2kg짜리가 30만원,1.8kg 20만원,1.6kg 15만원,1.4kg 10만원,1.3kg 6만원으로 0.2kg당 5만~10만원의 가격 차이가 난다.

수협 관계자는 "대형 굴비는 잡히는 양이 워낙 적어 가격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며 "크다고 해서 특별히 맛이 더 좋은 건 아니지만 클수록 '귀한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선물하는 사람들이 큰 굴비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4만여 세트 준비한 대형 굴비세트 물량 중 3일 현재까지 89%가 팔렸다.백화점 관계자는 "굴비세트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4% 늘어났다"고 밝혔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