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漢族출신 동장 리위옌씨 "화교촌 연남동 외국인 보금자리 만들래요"
국내에서 처음으로 외국인을 위한 외국인 동장이 탄생했다.31일 문을 연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연남글로벌빌리지센터'를 이끌게 된 귀화 중국인 리위옌센터장(한국명 유암ㆍ35)이 그 주인공.정식 공무원은 아니지만,비상근 계약직 공무원 신분으로 동장을 맡아 연남동에 사는 외국인의 투자 세금 비자 의료 교통 안전 치안 취업 등의 생활편의와 증명서 발급 등을 지원한다.물론 서류는 한국어로 작성한다.

마포구가 한족(漢族)인 리씨를 동장으로 기용한 건 연남동 전체 주민의 5분의 1인 4500여명이 중국인이기 때문이다.이곳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중국어가 능통한 사람들로 배치했다.

연남동에 중국인이 몰리기 시작한 건 이웃 마을인 서대문구 연희동에 화교학교가 생기면서부터다.연남동과 연희동엔 재중동포가 유입되기 전부터 중국인이 정착해 집단 거주하고 있다.

리씨는 중국 톈진에서 태어나 톈진의대치과전문학교와 톈진중의약대ㆍ대학원 중의과를 마치고 톈진의대 치과병원에서 치과의사로 활동한 재원.한국에서 '동장님'이 된 인연은 사랑이 맺어줬다.리씨는 톈진에서 치과의사로 재직할 때 유학 중이던 한국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1998년 결혼과 동시에 한국인으로 귀화했다.이후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중국에 머물다가 한국생활을 본격화한 건 3년 전이다.그동안 한국에서는 호서대와 삼성인력개발원,LG필립스LCD,KOTRA,삼성테스코,하나은행 등에서 중국어 강사와 통역요원으로 일했다.

"제가 산을 무척 좋아하는데,서울에는 주변에 산이 많아 너무 좋아요.이젠 한국음식도 직접 만들어 먹을 줄 알고요." 리씨는 중국어 4성 억양이 가득 묻어나는 서툰 한국말로 서울살이의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외국인을 도와주는 곳이 없어 너무 불편했었다"며 "서울 사는 외국인들이 나처럼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돕고 싶어 동장직에 도전했다"고 말했다.이어 "연남동을 외국인들이 생활하기 좋은 보금자리로 만들고 싶다"며 "마포구가 추진하고 있는 차이나타운 조성을 위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남글로벌빌리지센터'는 연남동주민센터(동장 김영월) 내에 설치된 또 다른 외국인 주민센터다.서울시청이 운영하는'서울글로벌센터'와 연계해 처음으로 문을 열었으며,앞으로 이태원 한남동 역삼동 서초동 이촌동에 추가로 설립될 예정이다.

이날 개소식에는 신영섭 마포구청장과 리위옌 동장,치우위안렌(邱元人) 한성화교협회장 등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글=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