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비준 지연은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FTA 협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기만 해도 적극적이었던 EU의 협상 태도가 시간이 갈수록 소극적으로 변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한ㆍ미 FTA 비준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EU 측이 한국과의 협상을 서두를 필요성을 덜 느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FTA 협상을 먼저 제의한 건 EU였다.

지난해 4월 우리가 미국과의 FTA 협상을 타결 짓자 한국 시장을 비롯해 아시아에서 미국과 경쟁해야 할 EU가 협상 개시를 요청했다.

초기 협상에 임하는 EU는 의욕을 보였다.

지난해 5월 1차 협상에 이어 열린 2차 협상(7월)에서 EU 측은 최종안에 가까운 높은 수준의 상품양허(개방)안을 제시,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다.

EU의 협상 태도가 느긋하게 변하기 시작한 건 올 들어서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5차 협상에서 6차 협상 이전에 상품 양허 패키지 안을 서로 교환하기로 했다.

우리 측은 예정대로 패키지 안을 보냈지만 EU 측은 "내부 검토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우리 측 안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때문에 지난 28일부터 서울에서 시작된 6차 협상에서는 당초 계획과 달리 협상 타결을 위한 핵심 쟁점인 상품양허와 자동차 기술표준 분야는 협상 일정에서 아예 제외돼 버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첫날 열릴 예정이던 원산지 분야 협상도 EU 측 담당자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하루 연기되는 일도 벌어졌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ㆍ미 FTA 비준을 서두르는 게 EU와의 협상에서 우리 측 협상력을 높여 결국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