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전철 안에서 20대 초반의 한 여성이 미키마우스 문양이 선명한 분홍색 휴대폰을 꺼내든다.이 여성은 휴대폰을 통해 도널드 덕이 나오는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본다.오는 3월이면 이런 모습을 일본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세계적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미국의 월트디즈니가 일본 휴대폰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다.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월트디즈니의 일본 지사가 일본 내 가입자 수 3위인 소프트뱅크모바일과 손을 잡고 일본 휴대폰 서비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보도했다.월트디즈니는 휴대폰 연결음이나 동영상,그리고 게임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월트디즈니 휴대폰 서비스 가입자에겐 디즈니 이메일 계정도 줄 계획이다.

디즈니 휴대폰 서비스의 주요 공략 대상은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의 상품에 열광하는 일본의 20∼30대 여성이다.일본 도쿄에 있는 디즈니랜드는 젊은 연인들의 최고 데이트 장소다.지난해 2600만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갈 정도다.게다가 디즈니가 일본의 90개 무선 인터넷 사이트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서비스 가입자 350만명 중 75%가 20세 이상 여성이다.

일본 사업 파트너인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지원도 든든하다.일본에 2500여개 판매망을 확보하고 있는 소프트뱅크 모바일이 디즈니 휴대폰 서비스 판촉과 판매부터 고객 서비스까지 맡기로 했다.디즈니의 휴대폰 서비스는 일본 전역의 주요 전자제품 매장이나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가입할 수도 있다.

디즈니는 자사가 기획한 휴대폰 모델도 내놓을 계획이다.디즈니는 해마다 휴대폰 신모델 3개를 선보일 예정이다.샤프전자가 만들 디즈니 휴대폰은 디지털 텔레비전을 볼 수 있고 직불카드나 전철교통카드로 쓸 수 있는 등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시도는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새로운 전략으로 도전하는 것이기에 더 주목받고 있다.디즈니는 2006년 미국에서 디즈니를 좋아하는 어린이들과 그 부모를 대상으로 휴대폰 서비스를 시작했다.당시엔 미국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 넥스텔의 무선 통신망을 빌려서 사업을 했다.

하지만 디즈니의 기대와는 달리 휴대폰은 잘 팔리지 않았고 동시에 관련 서비스 매출이 예상보다 크게 저조했다.시작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사업을 접은 쓰라린 경험이 있다.이런 실패를 거울 삼아 이번에는 어린이가 아닌 구매력이 있는 성인 여성으로 주요 공략대상을 바꾼 것이다.던컨 오럴-존스 디즈니 아시아지역 인터넷 담당 부사장은 "디즈니가 제공할 휴대폰 서비스는 일본 내에서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