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차세대 테라비트(tera-bit)급 반도체 개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양사가 반도체 공동 개발에 나선 것은 국내 반도체 산업 초창기인 1986년 4Mb D램 공동 개발 이후 22년 만이다.

산업자원부는 24일 한양대 종합기술원에서 삼성전자,하이닉스와 테라비트급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인 'STT-M램' 공동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산자부가 2004년부터 7년간 525억원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테라비트급 비휘발성 메모리 개발사업' 2단계 프로젝트에 참여해 STT-M램을 공동 개발한다.

양사는 기술교류와 함께 향후 2년간 각각 4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양사가 공동 개발에 나서는 'STT-M램'은 전기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D램과 달리 자기(磁氣)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차세대 반도체다.

D램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

데이터 저장용량도 1조비트에 해당하는 테라급으로 1만2500년 분량의 신문기사나 MP3 음악파일 50만곡,DVD 영화 1250편을 저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이번 R&D 협력은 최근 일본 업체들의 기술 추격이 거세지면서 국내 업체 간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한국이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기업-대학이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사실 세계 반도체업계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업체에 대한 견제는 노골적이다.

일본 업체들은 2000년 이후 합종연횡을 통해 '한국 반도체 타도'에 나섰다.

도시바는 2002년 같은 일본 기업인 NEC일렉트로닉스와 낸드플래시 공동개발에 나섰으며,히타치와 미쓰비시도 르네사스 테크놀로지란 반도체 회사를 공동으로 만들었다.

일본업체들은 대만기업들과의 합작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본 엘피다메모리가 대만 파워칩과 합작 반도체 생산라인인 '렉스칩'을 본격 가동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특히 도시바와 NEC,후지쓰는 미래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06년부터 차세대 반도체인 STT-M램 개발에 30억엔을 공동 투자했다.

한국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D램 이후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삼성전자,하이닉스가 STT-M램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은 D램 이후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도 '맹주'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 용어풀이 ]

◆테라급 STT-M램이란=테라(tera)는 1조 비트(bit)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현재 세계 반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가'(giga)보다 1000배나 용량이 크다.

1기가비트 칩에 DVD급 영화 10여편을 저장할 수 있는데 비해 1테라비트 칩에는 DVD급 영화 1250편을 저장할 수 있다.

'STT-M램'은 이 같은 테라급 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다.

D램과 달리 자기(磁氣)적 성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저장용량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고 데이터 처리속도도 D램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칩 크기도 D램에 비해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STT-M램은 인간의 두뇌에 버금가는 '꿈의 반도체'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