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국세청이 1조원대의 법인세 추징을 검토하기로 하자 크게 당황했다.

2002년 서울은행을 합병하면서 이월결손금 6조1000억원을 승계해 법인세를 줄인 데 대해 국세청이 세금추징을 위해 재정경제부에 유권해석을 물은 것이다.

하나은행은 즉각 "2002년 과세당국에 서면질의를 통해 '역합병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합병을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국세청은 "하나은행 이름으로 들어온 질의가 없었으며 유권해석을 해준 게 없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혼란은 결국 하나은행 측 질의의 구체성 여부와 국세청 답변의 구속력 여부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하나 측은 분명히 질의 과정을 거쳤는데 국세청은 답해준 게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세청이 '세무문제 사전답변제도(Advance Ruling)'를 도입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 등 납세자가 구체적 거래 행위와 관련해 실명으로 정확한 사실을 적시해 물어올 경우 국세청이 구속력 있는 답변을 주게 된다.

◆이르면 5월부터 도입


'세무문제 사전답변제도'는 납세자가 어떤 특정한 거래에 있어 과세여부 등 세무관련 의문사항을 정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사전에 국세청에 질의할 경우 이를 질의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답변을 내려주는 것이다.

미국 국세청이 시행 중인 '개별유권해석(Private Letter Ruling)'제도와 유사한 것으로,기업들이 원하는 세법해석에 있어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국세청과 재정경제부가 제도 도입을 위해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협의 중이다.

현재로선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 5월부터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동안 구속력있는 답변을 주는 것은 우리나라 세무 질의회신제도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었다"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명'으로 구체적 사실 적어 질의해야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우선 세무문제 당사자가 실명으로 질의해야 한다.

세무대리인이 할 경우에도 당사자의 이름을 밝혀야 한다.

국세청의 '법령질의신청서'에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정확히 기재한 뒤 국세청장 앞으로 제출하면 된다.

국세청은 일정 기한 내에 구속력 있는 답변을 제시하게 된다.

기존에는 세무 민원질의의 경우 원칙적으로 14일 내(연장 가능)에 답변을 주지만,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구속력 있는 답변을 마련하기 위해 답변 기간이 14일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질의할 때 당사자 이름 등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제시하지 않거나 질의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세무신고를 하지 않으면 답변내용이 구속력을 잃게 된다.

◆하나은행 추징되나


기존 국세상담센터 등을 통한 질의와 확연히 다른 점은 '당사자'가 '실명'으로 해야한다는 것과 답변에 구속력이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세무관련 질의의 경우 당사자가 아니면 유권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서 "그동안 대부분의 민원질의는 가명,차명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하나은행 합병건의 경우에도 당시 하나은행 이름으로 들어온 서면질의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하나은행 과세건은 재경부에 아직 계류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인 부과제척기간이 올해 3월 말까지라서 새 정부가 들어서는 3월 중에 재경부(기획재정부)가 결론을 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