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부에서 대규모 물류창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P사는 뜻하지 않은 '친환경 물류창고'를 짓게 될 판이라고 울상을 짓고 있다. 지자체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들의 인.허가를 모두 받아내려면 전체 사업부지의 65~70% 정도를 녹지공간으로 꾸며야 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아파트 단지들의 녹지 비율이 40%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이 물류창고는 사람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 셈이다.

사연은 이렇다. P사가 확보한 사업부지는 6만5000㎡ 정도. P사는 이 부지를 물류창고 건축이 가능한 '제2종(유통형)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받기 위해 해당 지자체로부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토지이용계획 인.허가를 받았다. 이 토지이용 계획에 따르면 전체 부지(6만5000㎡)의 40% 정도를 조경녹지와 공원 등으로 꾸며야 한다. 이외에 주차장과 수질오염방지시설 등으로 5%,도로를 10% 설치해야 한다. 이 같은 용도의 부지를 모두 제외하고 나면 실제 유통시설로 지을 수 있는 부지는 40%밖에 안 된다.

문제는 이 부지마저도 물류창고로 전부 쓸 수 없다는 사실이다. 토지이용계획이 정해진 사업부지에 물류창고를 지으려면 건축법에 따라 다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이때 건축법에서 정한 비율과 지자체 조례에 따라 조경 면적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P사는 유통시설용 부지(40%)의 15%를 조경으로 꾸며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물류창고를 지을 수 있는 부지는 전체 사업부지 면적의 30~35%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물류창고가 들어서는 산지 경사도에 따라 창고의 길이를 100m 또는 150m로 제한하고 있는 규정도 비합리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대규모 물류시설을 통해 효율화를 추구하는 것이 대세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길이' 제한에 걸려 하나의 건물을 2~3개로 쪼개 지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S사 관계자는 "원래 구상했던 창고보다 작게 쪼개서 짓다보면 물류 효율성이 훨씬 떨어지고 건축비도 더 올라가게 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정부나 지자체 기준에 맞춰 인.허가 서류를 들이밀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