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어패럴의 최병오 대표(55)는 '동대문 시장 출신'의 패션전문 경영인이다.

20여년간 시장에서 30~50대 아줌마들을 상대하면서 얻은 현장 경험을 통해 '여성 어덜트 시장'이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하게 된 것.경쟁이 치열한 패션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타깃층과 브랜드 컨셉트 선정에 있어서 남다른 혜안을 발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동대문 시장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에 있었다.

그가 패션사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5년 친척들의 권유로 동대문 시장에서 옷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 시장에 발을 들였을 때는 10명의 직원을 둔 자가공장도 함께 운영하면서 매장에서 옷을 팔았고,뛰어난 장사 수완으로 2년 만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마흔 살이 되던 1993년 어음 관리를 제대로 못해 부도를 당하면서 그동안 모았던 전 재산을 다 잃는 인생의 고비를 맞았다.

최 대표는 한 평 남짓한 동대문 시장의 지하 매장에서 1년 지난 재고 제품을 파는 일부터 다시 시작했다.

하루 서너 시간 잠자는 것도 아까워할 정도로 사무실과 매장을 오가며 지낸 끝에 1년 만에 시장에서 제일 목이 좋은 곳으로 매장을 옮길 수 있었다.

그때의 부지런함은 중견 패션업체의 대표가 된 후에도 여전하다.

아직도 하루를 새벽 4~5시에 시작,회사의 모든 일을 일일이 챙길 정도다.

연 매출 4000억원을 일구는 회사의 대표 정도 됐으면 이제 쉬엄쉬엄하라는 주변의 핀잔을 듣기도 한다고.아직까지 골프도 전혀 쳐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일에만 빠져 있다.

그는 비록 고졸 출신이지만 형지어패럴을 이끄는 패션전문 경영인으로서 자기계발에 열정을 아끼지 않는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함께 연세대 경제대학원 최고경제인 과정,서울대 패션산업 최고경영자 과정,순천향대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 취득 등 경영 지식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이와 더불어 패션 관련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한국패션협회 부회장,전주대 문화관광대학 객원교수 등이 그가 현재 맡고 있는 직함들.대한민국 섬유패션대상 패션경영상,서울대 경영인상 숙녀복 부문 대상 등 그의 사무실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상패들이 그동안 최 대표의 업적을 증명해 주고 있다.

"늘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남 열 발자국 갈 때 난 반의 반 발자국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라는 것이죠." 남보다 무조건 앞서 가는 데만 치중하지 말고 뒤를 돌아볼 줄 아는 자세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여기에서 만족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며 "중ㆍ저가 여성복 시장에서 쌓은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 새롭게 도전하게 될 남성복 브랜드도 제대로 키워 서민들의 패션 시장에서 형지어패럴의 세력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