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이 부실화되면서 여기에 투자한 국내 은행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특히 투자 규모가 가장 큰 우리은행은 지난해 3분기 1590억원의 손실을 반영한 데 이어 4분기에는 2400억원을 추가 상각하기로 결정,손실 규모가 4000억원에 이르게 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보유 중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자산담보부증권(CDO) 4억9200만달러와 관련,작년 4분기에 50%인 2억4600만달러(약 2400억원)를 감액손실로 반영키로 결정하고 이를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에 통보했다.

작년 3분기에 약 30%인 1590억원을 손실 처리한 데 이어 추가로 손실을 털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2006년 순이익 규모(1조6000억원)의 4분의 1에 해당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관련 부실을 작년 회계연도에 반영키로 방침을 정했다"며 "현재 우리은행이 갖고 있는 더블A 기준 CDO의 시가가 40% 선에서 형성되고 있는 만큼 우리은행이 이번에 80%까지 손실을 반영하면 추가 손실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부실 상각으로 인해 우리은행의 4분기 순이익 규모는 1000억원 선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분기 8065억원,2분기 5298억원,3분기 2443억원 등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로 우리금융지주의 배당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은행이 최대주주인 예보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서(MOU)상의 목표는 가까스로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MOU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자기자본이익률(ROA) 0.8% △판관비용률 45.7% △1인당조정영업이익 3억원 이상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11% △순고정이하여신비율 0.7% 등을 달성해야 한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은행이 서브프라임 관련 80%까지 손실을 털어낸 만큼 실적은 바닥을 확인하고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투자한 농협 외환 신한 산업은행 등도 4분기에 관련 손실을 반영하기 위해 구체적인 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관련 CDO 1억1000만달러를 보유 중인 농협은 지난 3분기 89억원의 손실을 반영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상당한 규모의 손실을 반영할 계획이다.

또 서브프라임 관련 CDO에 373만달러를 투자한 외환은행의 경우 최근 317만달러를 시가로 매각했다. 이에 따라 4분기 회계에는 매각손실과 함께 남은 56만달러 규모의 채권에 대한 평가손실을 반영할 방침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CDO에 420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이 중 서브프라임과 관련된 금액은 373만달러"라고 말했다

530만달러를 투자한 신한은행의 경우 4분기 말 150만달러의 손실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 50만달러어치를 상환받아 300만달러에서 250만달러로 줄여놓은 상태이며 평가손을 연말 자본조정에 반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