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금리 상승땐 큰 타격 … 수출도 악영향

세계 각국 증시가 폭락하고 한국도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100포인트 넘게 떨어짐에 따라 올해 대외악재가 국내 경제에 미칠 타격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주가가 폭락하면 자산 가치가 줄어들게 되고,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경제 전반에 주름살이 깊어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주가 폭락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세계 경제를 지탱해온 미국의 경기 불황으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어서 그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국민소득 축소까지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올해 6%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새정부의 경제운용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경기침체 악순환 우려

최근의 주가 폭락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지난해 11월 소비자기대지수(102.0)가 8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을 당시 주가 하락은 고유가와 함께 소비를 위축시킬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12월 소비자기대지수는 새정부 출범 기대감 등으로 104.0까지 올랐으나 최근의 주가하락 여파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미국의 경기침체로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마저 꺼질 경우 거시경제 전반에 엄청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재경부는 지난 9일 '2008년 경제운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미국 등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고유가의 지속 등이 우리 경제 성장을 제약하겠지만,소비 등 내수회복이 대외여건 악화의 영향을 보완함으로써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러나 소비가 기대만큼 늘어나지 못할 경우 경제성장은 물론 고용창출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진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소비회복 요인 중 하나가 주가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였다"며 "현재 상황은 최악에 가깝기 때문에 소비심리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식시장의 가치 하락이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질 경우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이에 따른 금융권의 신용 경색,기업들의 자금난마저 우려된다.


◆수출 침체도 우려

미국의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1% 내외로 낮춰보고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부실 대출에 따른 신용위기와 주택시장 붕괴,이에 따른 소비 감소 등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KDI는 작년 10월 경제전망 때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보수적으로 봐서 1.5%라고 전망했으나 조 연구위원은 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한국 기업들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EU와 일본마저 경기가 둔화될 경우 그 타격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이미 무역수지는 57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적자로 돌아서는 등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여기에다 중국마저 흔들리고 있어 두 자릿수 수출 증가를 낙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신용경색 사태도 우려

글로벌 유동성 위축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은행들은 외화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고 있고 기업과 가계는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국내 주식시장으로 들어온 외국인들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유동성도 위축되고 있다.

본격적인 충격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여태까지는 글로벌 유동성 축소현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리가 1월을 고비로 소폭 낮아졌지만 글로벌 신용경색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리스크 프리미엄이 더 높아져 금리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지금까지는 외국인 주식매도 자금이 국고채 시장에 유입되는 등 국내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으나,앞으로 이 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국내에서도 유동성 축소 현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고유가와 환율하락 추세가 반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당초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새정부의 신성장 정책이 가닥을 잡아가는 등 경기에 긍정적인 요인들도 있다"며 "1분기가 지나야 경기 상황이 뚜렷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