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이에 따라 미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도 상당기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내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증시도 조만간 바닥을 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국 재무부 장관)=주택경기가 망가진 뒤 미 경제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거품이 터진 뒤 도래하는 경기 침체는 다른 침체보다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그런 만큼 이번 경기 침체는 길고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미 경제에 대한 신뢰 하락을 막는 게 중요하다.이를 위해선 발빠른 경기부양책을 펴야 한다.경기부양책이 2개월 안에 마련된다면 그나마 성공적이며 늦어도 올 봄에는 시행돼야 한다.

만일 부양책이 2분기나 3분기까지 지연될 경우 신뢰 상실과 소비 둔화로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무엇보다 재정정책은 빠르게,단기간에 이뤄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메릴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미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 정도가 2001년 경기 침체 때보다 심각하다.집값은 지금까지 7% 하락했으나 앞으로 25~30%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이로 인해 6조달러가 날아갈 것으로 보인다.1989~1992년 부동산 경기 침체 때 집값 하락률이 7%였던 점을 감안하면 1980년 이후 최악의 소비 침체가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건 당연하다.중요한 것은 하락률이다.만일 일반적인 하락세에 그친다면 뉴욕 증시는 오는 5월이나 6월께 바닥을 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주가 하락폭이 예상보다 클 경우 증시가 단기간에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애비 조지프 코언 골드만삭스 수석 투자전략가=지금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그렇지만 하반기에는 경제가 나아지면서 연말 다우지수는 14,750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미 의회가 어떤 내용의 경기부양책을 채택할지는 모르지만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민주 공화당 모두 확고하다.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악재들이 앞으로 수개월 안에 모두 나올 것으로 본다.

그 뒤 경제는 호전돼 올 하반기와 내년으로 갈수록 나아질 전망이다.연기금과 사회공익펀드 등 장기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또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미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증시에 긍정적인 요소다.

◆왕타오 싱가포르 기술분석협회장=다우지수는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워 보인다.앞으로 몇 주 사이에 11,100까지 하락할 것이다.

기술적 분석으로 목선(neckline)을 하향 돌파한 만큼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중국 홍콩 인도 등 아시아 증시도 지난 이틀간의 폭락이 보여주듯 상당기간 하락세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항셍지수는 22,000이나 그 이하로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최근의 지수 하락 정도를 감안하면 22,000도 당장의 지지선일 뿐 최종적으로는 더 하락할 수도 있다.상하이지수는 480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그 이후 4100~4200까지 내림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김유미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