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증시가 난기류에 휩싸이면서 펀드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코스피지수 급락을 틈타 국내 펀드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양상이다.

한동안 해외 이머징펀드로만 자금이 몰렸던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증시 주변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단기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잔액도 올 들어 6조원 가까이 급증했고 수익률 방어력이 좋은 가치주 및 배당주펀드의 설정액도 늘고 있다.

21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의 월별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를 정점으로 크게 둔화됐다.

지난해 10월 해외펀드 설정액은 전월에 비해 22.1% 증가했지만 11월에는 11.1%,12월에는 7.8%로 속도가 뚝 떨어졌다.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해외펀드 설정액은 3조3978억원 늘었지만 결산 후 재투자된 금액을 제외한 순증액은 1조1500억원에 그쳤다.

손실폭이 큰 일부 중국펀드와 리츠펀드 등에서 환매가 일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의 월별 설정액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6.1%에 불과했으나 11월에는 14.0%로 올라섰고 12월에도 10.3%로 두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올 들어서도 17일까지 설정액 증가분은 4조6879억원,재투자분을 뺀 순증액은 1조1727억원에 달했다.

특히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세는 코스피지수가 1800선 아래로 떨어진 최근 1주일 사이에 더욱 두드러진다.

일별 해외펀드 증가액은 지난 15일 1798억원,16일 270억원,17일 17억원 등으로 둔화됐지만,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이 기간 각각 3983억원,1728억원,5507억원 증가했다.

MMF 잔액도 올 들어 5조9537억원 늘었다.

증시가 조정을 받자 가치주펀드와 배당주펀드 등 상대적으로 수익률 방어력이 좋은 펀드로도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국내 주식형펀드 중 설정액 증가 상위 25개에 '신영마라톤주식A1' 등 가치형과 배당형이 4개 진입했다.

서경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과거 수익률 자료를 보면 증시의 변동성이 크고 주가지수의 상승폭이 작은 경우 가치주 스타일의 펀드 수익률이 다른 펀드나 주가지수에 비해 나은 것으로 나온다"며 "최근 주가 급락에 따른 변동성 장세에서 펀드를 선택할 때 이런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영/정종태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