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올해 M&A(인수.합병) 시장의 최대어 가운데 하나인 대한통운을 손에 거머쥔 비결이다.
박 회장의 M&A 작전 1단계는 장기간에 걸친 철저한 사전준비다.M&A 시장 '지존'으로 등극한 박 회장은 2002년 9월 회장 취임 때부터 대한통운 인수를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박 회장은 취임 직후 물류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대우건설보다는 오히려 대한통운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금호는 박 회장의 지시에 따라 5년여간 대한통운 인수를 준비,'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격언을 증명했다.
다음은 경쟁사들을 압도할 만한 과감한 베팅.당초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가 대한통운까지 사들이기에는 힘이 부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현대중공업이 '1순위'로 거론돼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하지만 박 회장은 이번에 4조원대 초반의 인수대금을 써내 경쟁업체들을 물리쳤다. 이처럼 배짱 좋은 베팅은 국민은행 등 든든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을 끌어들임으로써 가능했다.
강력한 인수의지를 반복해서 천명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박 회장은 작년 9월 아시아나 프라자 행사에서 "대한통운은 꼭 필요하며 반드시 인수하고 싶다"고 언급하는 등 공개적으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왔다.이는 대내외적으로 금호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시켜 주고 막판에는 금호의 인수를 기정사실화하는 작용까지 했다는 평가다.
우호적인 여론조성과 피인수기업에 대한 적대감 해소 등도 성공전략으로 꼽힌다.박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 후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경영 자율성을 보장한 데다 대한통운과는 겹치는 사업분야가 없어 인수 후에도 잡음없이 고용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게 먹혀들었다는 것이다.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도 "대우건설의 인재를 얻고 싶다"는 말로 우호적 여론 조성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승도 해본 팀(사람)이 한다'는 속설이 있듯이 이번 M&A전에서도 대형 매물을 낚아본 경험이 있는 금호아시아나가 큰 승부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