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들어설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더해 석유 완제품 수입 확대까지 언급하면서 정유주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16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석유 완제품 수입을 대폭 확대해 국제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입 석유제품은 현재 시장점유율이 미미하지만 유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2002년에는 한때 10%까지 높아진 바 있어 정유업계로서는 여전히 잠재적 위협요인이다.

현재 원유와 석유 수입제품 관세율은 2%포인트 차이를 두고 있으나, 이 의장의 발언으로 관세 차를 줄여 수입제품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유업계의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우려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16일 오전 11시 23분 현재 SK에너지가 7.07% 급락한 것을 비롯해 S-OilGS도 각각 4.70%, 2.64%씩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미 정유사 주가는 고유가 영향으로 올해 들어서만 15% 안팎으로 하락했다.

이와 관련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국내 정유업체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과점 형태로 보는 것 같지만 정유사별 내수 수익 구조는 그다지 좋지 않다”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의 소비지 정제주의와 함께 원유와 제품 간 관세에 차이를 두는 게 세계적 조류라는 점을 감안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 역시 업계로서는 달갑지 않다.
유류세가 10% 인하되면 휘발유 기준 소비자가격은 리터당 80~90원 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국제 유가가 워낙 높아 수요 확대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유통 과정에서 세금 인하폭이 흡수돼 소비자가격에 반영되지 않거나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 정유사로 가격 인하 압박이 들어올 것이라는 부담도 큰 상황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LPG 경차 시판과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LPG 사용 허용 역시 정유업계를 곤란하게 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LPG의 안전성 등을 문제삼고 있지만 결국은 석유류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유업은 원유값 상승이 정제마진에 반영돼 전통적인 고유가 수혜주로 분류되지만,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급등하자 이제는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는 SK에너지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했던 4000억원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2000억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과 대우증권, CJ투자증권은 3200억~3600억원으로 추산했으며, 굿모닝신한증권은 2915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정제마진이 좋지 않았고 산업 특성상 원가 인상 반영이 어려운 화학 부문에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정유사들이 마진 확대를 위해 고도화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에너지는 2조원 가량을 들여 울산공장에 짓고 있는 신규 고도화 설비를 조기 완공하고, SK인천정유의 고도화설비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 역시 오는 6월께 제3고도화설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