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美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FRB뿐 아니라 미국 연방정부도 감세와 재정지출 등을 통한 경기 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버냉키 의장의 '립서비스'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은 단기적으로 시간을 벌어주면서 경기와 증시 낙폭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요인이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11일 "순환적 흐름을 보이는 경기 구조상 경기가 바닥을 확인하고 재상승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재정정책과 금리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은 아니지만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악재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지만, 악재의 무게가 더해질수록 기울어진 시소 반대편에 긍정적인 소식들도 쌓이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추가 하락 압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렇다고 미국 증시나 이에 영향을 받고 있는 글로벌 증시가 단기내 탄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소비경기 침체나 인플레 우려 등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괴롭힐 것으로 보이고, 실적 시즌에 대한 불확실성도 지속되면서 단기내 우호적인 증시 환경이 조성되기는 어려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개인 투자자들 중 절반 이상이 향후 6개월간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투심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나스닥 지수가 연일 급락하는 등 IT주들의 실적과 주가 흐름에도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제조업 활동의 둔화와 기업지출의 감소는 고용과 소비에 부담일 수 밖에 없다"면서 "최근 이런 연결고리의 매듭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지표 부진으로 월말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이러한 기대감이 증시에 선반영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

민 연구원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FOMC의 금리인하가 증시에서 갖는 유용성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증시의 디커플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뚜렷한 차별화 요인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은 "대미 수출비중 감소 등 한국 경제의 미국 의존도는 낮아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 한국은 여전히 대미 의존도가 높은 경제국가"라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의 영향력도 과거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시장 흐름에 의미있는 변수라는 점에서 미국과의 탈동조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은 미국 증시의 흐름과 큰 연관성을 지닌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美 다우지수의 등락과 아시아 증시내 외국인 순매도 여부가 일치하는 확률이 8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국내 증시는 美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금리인하 기대감 등의 상반된 뉴스 속에서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주엔 서브프라임 충격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미국 금융주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고 물가지표가 줄줄이 발표될 계획이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다음주 중반까지는 하락 압력이 다소 높을 것으로 보이며 본격적인 반등 시도는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은 美 정부의 정책대응 수위에 따라 증시의 변곡점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 시기는 월말이나 되야 될 것이란 의견이다.

당분간 이렇듯 호재와 악재의 힘겨루기가 계속돼 시장 대응이 어려워 보이는만큼 시장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

지겨울 법도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종목별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당분간 수출보다는 내수 경기에 치중한 업종에 주목하고 수출업종 중에서도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업종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어닝시즌에 돌입한 만큼 실적 호전주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보자.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