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5가지 경쟁요소(5 Forces)'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인가.

2000년대 들어 인터넷 기업들이 부상하고 각종 '탈(脫)경쟁' 전략이 각광받으면서 대표적 산업분석 모델로 꼽히는 포터 교수의 경쟁론은 '유행'에서 다소 밀린 듯하다.

포터교수의 '5가지 경쟁요소'는 '정태적(Static)'모형이기 때문에 동적인 경쟁과 산업구조를 충분히 설명할수 없으며,특히 인터넷 비즈니스를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등의 문제제기를 받아왔다.

포터 교수는 그러나 하버드비즈니스리뷰 1월호에 '전략을 형성하는 5가지 경쟁요소(The Five Competitive Forces That Shape Strategy)'라는 논문을 발표,그의 모델이 현재의 산업을 분석하고 산업 변화를 예측하는데 여전히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이슈 분석] 30년만에 재조명받는 마이클포터의 '5가지 경쟁요소'
1979년 같은 잡지에 '어떻게 경쟁요소들이 전략을 형성하는가(How Competitive Forces Shape Strategy)'라는 논문을 실어
'5가지 경쟁요소'를 처음 소개,경영학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지 30년 만이다.

새 논문을 통해 포터교수의 경쟁이론을 다시 조명해본다.

◆5가지 요소가 산업 경쟁강도 결정

기업들의 수익성은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의 경쟁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 강도를 결정짓는 것이 바로 △라이벌 기업 간의 경쟁 △신규진입 위협 △공급자의 교섭력 △구매자의 교섭력 △상품이나 서비스의 대체 위협이다. 이것이 바로 '5가지 경쟁요소'다.

신규진입위협을 보자. 기존기업은 신규진입자들이 생기면 가격,비용,투자 측면에서 압박을 받게 된다. 따라서 신규 진입을 막기 위한 방어활동을 하게 된다. 미국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가 매장과 메뉴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도 커피 소매업의 진입장벽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지배적 위치에 있는 공급자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거나 각종 비용을 구매 기업에 전가한다. 이 경우 구매기업이 속한 산업의 경쟁강도는 증가하고 수익성은 악화된다. 구매자의 교섭력이 커도 수익성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넷프릭스와 같은 인터넷 비디오 대여 서비스와 구글 유튜브(YouTube) 등 인터넷 비디오 사이트의 출현으로 비디오 대여점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대체재 위협에 따른 수익성 악화의 좋은 예다. 5가지 요소는 여전히 유효한 모델인 것이다.


[글로벌 이슈 분석] 30년만에 재조명받는 마이클포터의 '5가지 경쟁요소'
◆산업구조 변화예측에도 유용

5가지 경쟁요소는 현재의 산업구조를 판단뿐 아니라 산업 구조의 변화와 이 같은 변화가 산업의 매력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로도 유용하다.

요소의 하나인 신규진입위협은 7가지 진입장벽의 변화에 따라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다.

7가지 진입장벽은 △공급 측면의 규모의 경제 △수요 측면의 규모의 경제 △교체 비용 △필요한 자본 △사업 규모와 무관한 기존 사업자 우위 △유통 채널의 선점 △정부 규제다.

특허라는 정부규제로 인한 진입장벽은 특허만료와 함께 사라진다.

제약회사 머크가 내놓은 콜레스테롤 약인 조코르의 경우 특허만료와 동시에 3개의 제약업체가 시장에 진입했다.

공급자나 구매자의 교섭력도 마찬가지. 일렉트로룩스 GE 월풀의 경우 가전 소매 채널의 합병에 따른 대형화로 베스트바이,홈디포와 같은 대형 체인이 등장하면서 공급자로서의 교섭력이 극도로 낮아졌다.

대체재의 경우 신규 대체재 등장이나 가격대비 기술향상 정도에 따라 위협의 정도가 변한다.

예를 들어 플래시 메모리는 성능이 점차 좋아지면서 저용량 하드디스크를 대체하고 있다.

라이벌 기업 간의 경쟁 강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의 수익성은 떨어지고,상대적으로 약한 경쟁자들은 퇴출된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이 불가피한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카지노 산업은 업체들의 지속적인 틈새시장 발굴과 해외사업 확장으로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극복했다.


◆경쟁요소(Forces)와 영향요인(Factors)을 혼동하지마라

[글로벌 이슈 분석] 30년만에 재조명받는 마이클포터의 '5가지 경쟁요소'
5가지 경쟁요소는 산업의 전체 구조를 파악해 장기적인 수익잠재력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눈에 쉽게 띄는 영향요인(Factors)에만 집중,산업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오류를 줄여준다.

산업분석을 할때는 성장성,기술수준 및 혁신성,정부개입,보완재 등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이들은 산업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경쟁구조와 수익성을 결정하는 직접적인 요소는 아니다.

예컨대 기업들은 고성장 산업을 무조건 매력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고성장 산업은 신규 진입의 위협이 높고,공급자나 구매자의 교섭력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반드시 보장되진 않는다. 기술 수준이나 혁신의 정도가 높다는 것도 산업의 구조적 매력도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

구매자의 가격 민감도가 낮고,규모의 경제로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하고 있는 굴뚝 산업이 최고의 기술수준을 자랑하는 정보기술(IT) 산업보다 수익성이 높을 수 있다.

정부개입도 여러가지 정책이 조합을 이루면 해당 산업의 구조적인 수익성에 중립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6번째 경쟁요소로 보기 어렵다.

특허는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어 줘 수익성을 향상시키지만,노동조합에 대한 보호는 노동력을 공급하는 근로자들의 교섭력을 강화시켜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산업구조를 창출하라

5가지 경쟁요소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이뤄져야 △현재의 포지셔닝(위치) △경쟁요소들의 변화 예측 및 활용 △새로운 산업구조 창출 등 전략적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된다.

포터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과거엔 간략하게 다뤘던 '새로운 산업구조 창출'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기업은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처할 뿐 아니라 산업구조를 재편성해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새로운 산업구조 창출은 산업 내 사업자들 간의 이익 재분배나 전체 산업이익 규모의 확대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

이익 재분배를 통한 수익성 향상은 공급자,소비자,대체재 및 신규 진입자들에게 빠져나가는 이익을 최소화하는 것을 뜻한다. 기업은 부품 표준화를 통해 공급자 교체를 쉽게 함으로써 공급자의 교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전체 산업이익 규모의 확대는 산업전체의 경제 가치를 높여 기존 사업자들 뿐 아니라 경쟁자,소비자,공급자가 모두 이익을 누리는 것을 뜻한다.

산업의 이익은 △판매 채널의 경쟁이 심화되거나 △새로운 구매자들을 발굴하거나 △기업과 공급자 간 원활한 협력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없애거나 △전반적인 산업의 품질과 서비스 수준이 향상될 때 커진다.

그러나 산업 전반의 이익 규모가 늘어난다고 해도 '5가지 경쟁요소'에 따라 결정되는 산업 내 이익 분배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기업은 자신들에게 최대한의 이익이 돌아오도록 하는 방식으로 전체 산업의 이익 규모를 늘려가는 기업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

공동기획=모니터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