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수합병(M&A)은 끝이 없다. 2004~2006년 세계 M&A 시장은 연평균 56.3% 성장,같은 기간 세계 교역성장률(18.9%)을 크게 상회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얘기일 뿐이다. 한국의 국제 M&A 규모는 2000년 17억1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2006년까지 매년 10억달러 안팎에 그치고 있다. 작년 7월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잉거솔랜드의 3개 사업부문을 49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꼽힐 정도다. 한국의 국경을 넘은 M&A 실적은 미국의 0.3% 정도다.

경쟁국인 일본 중국과 비교해도 각각 5.5%와 8.5%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M&A가 이처럼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업 경영자들의 낮은 인식과 정보 부족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고 있다.

김재홍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많은 경영자들이 해외 기업에 대한 정보 부족을 이유로 글로벌 M&A에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대부분의 해외투자는 저임금 노동자를 활용하기 위한 그린필드형 투자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M&A 컨설팅 기관이 많지 않다는 점,다양한 국내법 규제 등도 국제 M&A의 장애 요소다.

기업들이 국제 M&A에 성공하기 위해선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보다 자기 사업분야의 기업을 물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법과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신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저개발 국가의 기업을 인수한다면 민영화 대상 기업을 목표로 삼는 게 좋다.

강문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대표는 "민영화 예정 기업은 사기업보다 정보가 많이 공개돼 있을 뿐만 아니라 현지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정보가 M&A의 성패를 가름하는 만큼,실사 과정에서 해당 기업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부 인력뿐만 아니라 외부의 산업.지역 전문가,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자문기관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인수 후에는 문화적 이질감을 제거하고 두 회사가 동시에 추구할 새로운 비전과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강 부대표는 "M&A 이후 인수 기업의 문화를 강요하기보다 양사의 기업 문화를 통합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홍배 산업은행 해외M&A팀장은 "풍부한 유동성과 원화 강세,세계 경제의 하강국면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제 M&A를 추진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다가왔다"면서 "기업들이 내부 M&A팀을 구성해 상시적으로 대상 기업을 탐색하고 투자은행 회계법인 법무법인 컨설팅회사 등과 지속적으로 정보를 교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