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김종길 '겨울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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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을 머금은
은은한 금빛!
늦가을 숲 속 나무들은
박물관에 진열된 금동불상들.
불상들에게도 육탈이 있는 건지,
그것들은 지금 뼈와 실핏줄을
부챗살처럼 무수히
추운 하늘에 펼치고 있다.
허나 머지않아
그것들은 다시 살이 찌리라.
신록이 금빛으로 눈부실
회춘의 그날!
-김종길 '겨울 숲에서'전문
겨울산을 이토록 단순하고 직설적으로 볼 수도 있다.
별난 지식으로 무장하거나 정교한 이론이 동원된 것도 아니다.
추위속에 서 있는 나무들에게서 은은한 금빛을 봤고,그 금빛을 육탈한 불상과 연결시켰을 뿐이다.
봄이 오면 다시 나무에 물이 오르고 살이 붙을테지만 헐벗은 지금도 영원을 간직한 불상과 다름없다는 생각.각종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는 세상에서는 이렇게 단순하게 보는 것이 힘이다.
그래야 에두르지 않고 핵심에 바로 도달할 수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