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예정된 총선의 공천시기를 놓고 한나라당 내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공천을 미루는 게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전날 이명박 당선인 측에 직격탄을 날렸던 박근혜 전 대표는 3일 '피해망상' 등 격한 용어를 사용하며 이틀째 이 문제를 언급했고,측근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이 당선인 측은 '새 정부 출범 후 3월 공천'입장에서 한발도 후퇴하지 않고 있다.

◆"앉아서 당할 수 없다"=박 전 대표는 공천 시기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그는 이날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신년하례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2003년 당 상황이 굉장히 어려울 때에도 정상적 절차에 따라 (공천을) 했다"며 전례를 따를 것을 요구했다.

지난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은 2003년 12월 말 공천심사위 구성을 시작,선거를 석 달 앞둔 2004년 1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했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발언에 대해 이 당선인 측에서 '피해의식'이라고 비판하자 "우리가 아니라 그쪽이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다.

피해의식 정도가 아니라 피해망상"이라고 반격했다.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한 측근은 "그냥 안 넘어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는 정치ㆍ정당 개혁을 요구하다 탈당한 전력이 있다"며 "공천 시기를 늦출수록 밀실공천 가능성이 높은데,그런 시도가 있다면 정치적 소신을 갖고 싸울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 측 김무성 최고위원도 "공천을 2월25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에 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날짜 제시"라며 "누구를 내놔도 한나라당이면 당선된다는 오만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은 '물갈이'설과 관련,"당선인의 비선 조직에서 밀실공천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자기 사람들을 심으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쪽은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집단행동'가능성도 시사했다.

◆"해도 너무한다"=박 전 대표 측의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게 이 당선인 측의 전략이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당'이 3월 중순에야 공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만 서두르는 것은 전략적으로 맞지 않다"며 "3월 초순 정도에 공천을 완료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친이 성향의 안상수 원내대표도 "공천에 대통령의 의중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힘들 것이다.

어느 정도는 그런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일 2월에 공천을 한다면 인수위 작업이나 새 정부 구성 작업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며 "2월25일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선거가 한 달이나 남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