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주연 미숙 역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가졌고, 임순례 감독이 연출한다 해서 더더욱 출연 결심을 굳혔지만 제작이 더디 진행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감독 임순례, 제작 MK픽처스)에 출연한 문소리는 그 탓에 몇몇 작품을 거절하기까지 했다.

"안달하는 매니저에게 그랬어요.

출연 제의가 들어온 다른 시나리오와 '우생순' 시나리오를 놓고, '이 작품은 또 기획될 수 있겠지? 그런데 '우생순'은 10년 내에 또 만들어질 수 있을까?'라구요.

그랬더니 매니저도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10일 개봉하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 핸드볼 팀을 소재로 한 영화다.

야구나 축구 같은 인기 스포츠 종목이 아닌데다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여자 핸드볼이라는 소재가 투자자들에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며 제작 과정은 내내 힘들었다.

그러나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후 감동과 재미를 탁월하게 버무린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임감독의 내공과 굳은 심지가 빛을 발했고 문소리, 김정은을 비롯한 배우들의 땀과 눈물이 정성껏 들어가 있다.

어느 여배우보다 강해보이는 그가 제작보고회 때도, 시사회가 끝난 후에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인 것은 영화를 찍으며 힘들었어도 행복했던 그 시간이 떠올랐기 때문 아닐까.

"감독님께서 예고편 자막에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하셨어요.

자기 이름이 들어가면 관객이 '와이키키 브라더스'나 '세친구'를 떠올리며 상업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요.

그 만큼 대중적으로 만든 영화이고, 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던거죠."

문소리는 "운동을 하며 마음이 하나되는 행복한 순간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핸드볼 영화인만큼 최소한 관객에게 서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야 하기에 엄청난 훈련을 소화해냈고, 이 과정에서 선수를 맡은 배우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파이팅을 외쳤던 것.

"(김)정은이가 보다 자신감있게 소리 칠 수 있도록 다른 배우들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고, 내성적이고 섬세한 (조)은지가 캐릭터처럼 연기하도록 실제 생활에서도 후배들에게 막 대할 수 있게 했습니다.

18살짜리 막내 민지가 기술 시사회를 보고 나서 펑펑 울며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중 선배들과 함께 운동 연습을 한 석달, 촬영한 석달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해 가슴에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오르더군요."

짧은 촬영 회차, 열악한 제작 환경 때문에 감독이나 제작사가 그들을 배려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환경이 나쁠 수록 배우들은 서로 똘똘 뭉쳤다고 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남자 배우들과만 작업한 적이 있는 감독님이 여자들과만 작업하게 됐죠. 임감독님이 '여배우들이 훨씬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문제를 해결해간다'고 하셨습니다."

그가 맡은 미숙 역은 영화의 드라마를 이끄는 큰 축이다.

12년 간 대한민국 최고의 핸드볼 선수였으나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인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아줌마 선수다.

팍팍하고 고된 현실의 삶이지만 팀의 고참 선수로 돌아와서 보이는 그의 행동에는 카리스마와 배려가 공존한다.

"아마 미숙이가 감독님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어하는 삶을 보여줬을 겁니다.

그 분의 정신세계에 적합한 여배우가 저이지 않았을까요.(웃음)

저만 늘 우울하게 보여 미숙의 정서가 재미없기도 하고, 걱정도 됐죠. 하지만 미숙이라는 캐릭터를 잡아가며 큰 기둥이고 주춧돌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캐릭터가 각기 다양한 색깔을 내주면 미숙이는 전체를 책임지는 역할이라구요."

드라마 '태왕사신기'와 촬영이 겹쳐 육체적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태사기' 방영 초기 미스 캐스팅 논란이 있었지만 그는 내색않고 뚝심있게 연기했다.

최근 한 학생에게 받은 편지가 그의 마음을 뜨겁게 적셨다.

"학교를 자퇴한 아이였는데, '태사기' 때 제가 여러 비난섞인 말을 들어도 끝까지 해내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더군요.

이후 제가 출연한 영화를 모두 구해봤고, '이렇게 열심히 사는 분이 있는데 난 뭐하는 걸까'라고 생각해 다시 학교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편지를 읽고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문소리는 이 영화의 장점에 대해 "모든 캐릭터가 다 살아있고, 웃음도 다르다"고 말한다.

"마지막 골넣는 장면에서 페이드 아웃될 때 카메라 위치를 전혀 생각하지 않을 만큼 연기가 아닌, 진짜 미숙이의 심정으로 눈물을 흘렸다"는 그와 그의 동료들의 '진정성'을 관객도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