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경제정책 두 토끼잡기 3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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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밝힌 경제 정책들은 '총론'에서만 보면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내용이 적지 않다.
연평균 7% 성장을 위해 투자를 늘리면서 물가도 잡아 서민생활을 안정시킨다거나,세금을 깎아 주면서도 국가채무는 늘지 않도록 관리하고,부동산 공급확대를 위해 도심개발 규제를 풀되 집값은 잡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인수위가 '각론'을 마련해나가는 과정에서 이 같은 '3대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성장도 하고 물가도 잡고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6% 올랐다.
한국은행의 관리 범위(2.5~3.5%)를 이탈한 것이다.
올해는 고유가,원자재값 상승,중국발(發) 소비재 가격 급등 등 대외 변수 악화로 물가 불안 요인이 지난해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이 많아 수요 측면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전문가들은 "과연 새 정부가 투자를 촉진하면서 물가도 잡을 수 있을까"에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경기에 불이 붙어 국내총생산(GDP)이 늘더라도 물가가 많이 오르면 체감 경기는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올해 물가는 기본적으로 밖으로부터 밀려 들어오는 총공급 압력(cost push)을 거세게 받을 전망"이라며 "여기에 투자 확대시 수요가 잡아당기는 효과(demand pull)까지 더해져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어찌 해 볼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새 정부의 투자 촉진책이 대외 변수로 인한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백용호 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은 "대외 변수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은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며 "다만 정부가 금리를 낮춰 돈을 풀거나 환율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경기를 띄우는 것이 아닌 만큼 투자 촉진으로 인한 수요측 압력은 공급 확대로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세와 나라빚 동결 동시에?
새 정부는 법인세의 단계적 인하,유류세 부담 완화,종합부동산세.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감면 등 과감한 감세안을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정부 부채는 현 수준(300조원)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 방법론으로 '정부지출 10% 축소'를 제시했다.
덜 걷고 덜 쓴다는 얘기지만 전문가들은 "감세는 가깝고,예산 10% 절약은 멀다"고 지적한다.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조세연구팀장은 "저출산 고령화 대비,양극화 해소 등 복지 지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사업비 부문 감축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인건비 등 경상비를 줄여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모 민간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지난해 법인세를 내린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국가채무 확대를 우려해 다른 부분에서 세수를 메웠다"며 "감세에 앞서 획기적인 정부지출 축소 방안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국가채무 동결은 '정치적인 수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수위 경제1분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지출을 줄일 방안을 우선 마련해 놓고 단계적으로 감세를 해나가면 균형 재정 기조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고 방어했다.
◆재건축.재개발 방식의 딜레마
한나라당은 대선 공약으로 용적률 제한 등 규제를 풀어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대선 뒤 이를 빌미로 집값이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자 이 당선인이 직접 '개발이익 환수'를 언급하는 등 투기 심리 차단에 힘을 쏟고 있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도시계획학)는 "지금까지 재건축·재개발이 안 된 이유가 바로 개발이익을 환수했기 때문"이라며 "소형평형과 임대주택의 비율을 의무화해 땅주인이나 건설업체들에 메리트가 없어져 재건축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건축·재개발을 유도하면서 개발 이익도 거둬 들일 '묘안'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도심 재개발을 지향하면,부동산 값을 안정시키면서도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대전제 자체가 양립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주택 공급은 3~5년 뒤에나 이뤄지지만 계획 발표에 따른 기대심리로 인한 가수요는 당장 생겨나기 때문이다.
재건축 활성화 정책도 똑같은 상황을 몰고 올 수 있다.
인수위 경제2분과의 한 전문위원은 "용적률 조정으로 생기는 이익을 환수할 대책을 방법.시점.규모의 세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춰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연평균 7% 성장을 위해 투자를 늘리면서 물가도 잡아 서민생활을 안정시킨다거나,세금을 깎아 주면서도 국가채무는 늘지 않도록 관리하고,부동산 공급확대를 위해 도심개발 규제를 풀되 집값은 잡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인수위가 '각론'을 마련해나가는 과정에서 이 같은 '3대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성장도 하고 물가도 잡고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6% 올랐다.
한국은행의 관리 범위(2.5~3.5%)를 이탈한 것이다.
올해는 고유가,원자재값 상승,중국발(發) 소비재 가격 급등 등 대외 변수 악화로 물가 불안 요인이 지난해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이 많아 수요 측면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전문가들은 "과연 새 정부가 투자를 촉진하면서 물가도 잡을 수 있을까"에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경기에 불이 붙어 국내총생산(GDP)이 늘더라도 물가가 많이 오르면 체감 경기는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올해 물가는 기본적으로 밖으로부터 밀려 들어오는 총공급 압력(cost push)을 거세게 받을 전망"이라며 "여기에 투자 확대시 수요가 잡아당기는 효과(demand pull)까지 더해져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어찌 해 볼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새 정부의 투자 촉진책이 대외 변수로 인한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백용호 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은 "대외 변수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은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며 "다만 정부가 금리를 낮춰 돈을 풀거나 환율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경기를 띄우는 것이 아닌 만큼 투자 촉진으로 인한 수요측 압력은 공급 확대로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세와 나라빚 동결 동시에?
새 정부는 법인세의 단계적 인하,유류세 부담 완화,종합부동산세.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감면 등 과감한 감세안을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정부 부채는 현 수준(300조원)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 방법론으로 '정부지출 10% 축소'를 제시했다.
덜 걷고 덜 쓴다는 얘기지만 전문가들은 "감세는 가깝고,예산 10% 절약은 멀다"고 지적한다.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조세연구팀장은 "저출산 고령화 대비,양극화 해소 등 복지 지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사업비 부문 감축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인건비 등 경상비를 줄여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모 민간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지난해 법인세를 내린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국가채무 확대를 우려해 다른 부분에서 세수를 메웠다"며 "감세에 앞서 획기적인 정부지출 축소 방안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국가채무 동결은 '정치적인 수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수위 경제1분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지출을 줄일 방안을 우선 마련해 놓고 단계적으로 감세를 해나가면 균형 재정 기조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고 방어했다.
◆재건축.재개발 방식의 딜레마
한나라당은 대선 공약으로 용적률 제한 등 규제를 풀어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대선 뒤 이를 빌미로 집값이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자 이 당선인이 직접 '개발이익 환수'를 언급하는 등 투기 심리 차단에 힘을 쏟고 있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도시계획학)는 "지금까지 재건축·재개발이 안 된 이유가 바로 개발이익을 환수했기 때문"이라며 "소형평형과 임대주택의 비율을 의무화해 땅주인이나 건설업체들에 메리트가 없어져 재건축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건축·재개발을 유도하면서 개발 이익도 거둬 들일 '묘안'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도심 재개발을 지향하면,부동산 값을 안정시키면서도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대전제 자체가 양립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주택 공급은 3~5년 뒤에나 이뤄지지만 계획 발표에 따른 기대심리로 인한 가수요는 당장 생겨나기 때문이다.
재건축 활성화 정책도 똑같은 상황을 몰고 올 수 있다.
인수위 경제2분과의 한 전문위원은 "용적률 조정으로 생기는 이익을 환수할 대책을 방법.시점.규모의 세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춰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