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계는 2008년에도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글로벌 SW업계는 IBM,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MS),SAP,HP,EMC,시만텍 등 각 분야에서 시장 지배적인 기업들만이 살아남고 있다.

이들 외에 전문 벤더들의 영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으며 틈새 시장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2006년 미국 내에서 이루어진 M&A 거래 규모는 1조2230억달러로 이 중 10% 정도가 SW분야다.

정보기술(IT) 기업 내에서만 보면 SW기업의 M&A 비중은 70%로 훨씬 더 커진다.

소프트웨어 에퀴티 그룹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2006년 한 해 동안 1726개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인수됐으며 이는 2000년 이후 최대 수치라고 한다.

하루 4.7개꼴로 SW기업이 인수 합병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SW기업들은 이처럼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문 벤더들을 차례로 M&A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중소기업만 포진해 있는 국내 SW기업들도 적극적인 M&A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SW업계에서는 M&A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편이다.

매출 100억원 미만인 업체들에 5000여개가 난립해 있다.

또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과당경쟁→저가수주→수익성악화→투자부진→영세화→과당경쟁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국내 1위 소프트웨어기업 티맥스소프트가 올해 1000억원 매출을 앞두고 있을 뿐 거의 모든 기업이 매출 5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반면 글로벌기업의 M&A 활동은 매우 왕성하다.

IBM은 2001년 이후 66개 기업을 인수했으며 2006년 한 해에만 인포메이션 시큐리티 시스템즈(ISS) 등 12개 기업을 인수했다.

2007년에는 50억달러를 들여 BI(비즈니스 인텔리전스)기업 코그노스를 인수했다.

또한 해외 M&A 전문가들은 향후 SW 시장 판도를 가장 크게 바꿔 놓을 수 있는 최대 이슈로 IBM의 SAP 인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MS 역시 2001부터 2006년까지 총 37개 기업을 인수했으며 2006년 들어서만 13개 기업을 사들였다.

MS는 현재 기업용 SW부문에서 IBM과 오라클,인터넷 부문에서 구글과 야후,운영체제(OS)부문에서 리눅스와 애플,게임분야에서 닌텐도와 소니 등 다양한 부문에서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MS는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형 M&A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SAP와 M&A 방안을 논의한 바 있으며 야후에 합병을 제안한 적도 있다.

구글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웹2.0기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오라클은 지난 4년여 동안 피플소프트,시벨,하이페리온 등 총 41개 기업을 인수해 M&A를 통한 성장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작년에는 WAS(웹애플리케이션서버) 글로벌 1위 벤더인 BEA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1위 보안업체 시만텍도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총 22개 기업을 인수했다.

M&A에 소극적이던 SAP도 작년 BI(비즈니스 인텔리전스)기업 비즈니스오브젝트를 68억달러에 인수했다.

HP 역시 2006년 머큐리인터랙티브를 4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이 회사 제품을 기반으로 SW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국내 SW업계의 영세성과 투자 부진의 악순환을 끊는 근본적 대안 중 하나가 M&A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거대 공룡기업과 글로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에서 나오는 힘이 절실하다"며 "자력 위주 성장의 협소한 생각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IT서비스,인터넷 기업 간 경계를 뛰어넘는 M&A 전략이 앞으로 SW업계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