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 2008년은 창립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1938년 고 이병철 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설립한 이후 어느덧 '고희(古稀)'의 나이에 이른 것이다.

지난 70년간 삼성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일본 소니를 제치고 아시아 최고의 전자기업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나머지 계열사들도 글로벌 톱 클래스로 올라섰다.

그러나 새해를 맞는 삼성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비자금 의혹 탓으로 새해 사업계획도 못 짜고 있는 상태다.

미래 20년의 초석이 될 그룹 정기인사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 연말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 행사도 치르지 못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일 수 있는 법.삼성은 이 같은 최악의 경영 상황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성장의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은 '비상경영'과 '창조 경영'이다.

◆이건희 회장의 올해 경영 화두는

2006년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신경영 선언 이후 가장 큰 경영 화두를 던졌다.

바로 '창조 경영'이다.

창조 경영의 요체는 "지금까지는 2등으로서 1등이 하는 것을 따라하기만 하면 됐지만,1등이 된 지금은 시장을 먼저 창출하는 선구자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삼성전자가 과거 일본 소니와 도시바를 벤치마킹해 초일류 기업으로 올라섰지만 앞으로는 시장을 창출할 능력이 없으면 시장에서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런 이 회장의 생각에 따라 삼성은 2007년 한 해 동안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반도체,LCD,휴대폰 등 기존 주력 사업의 현주소를 재점검했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이 같은 체질 개선 노력은 올해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은 지난해가 창조 경영의 원년이라고 한다면 올해를 창조 경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물론 비자금 의혹의 여파를 감안해 삼성은 상반기에는 '비상경영'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아직 확정짓지 못한 투자계획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고 인사폭도 최소한으로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특검 수사를 끝으로 비자금 의혹 사건이 일단락되는 하반기부터 삼성은 대대적으로 '창조 경영 실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기 정부가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 예상임에 따라 삼성은 투자 확대 및 인수.합병(M&A) 강화 등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2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의 간담회에서 "분위기만 조성되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이 회장이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새해 경영전략과 목표는

이 같은 경영 구상에 따라 올해 삼성은 대대적인 신규 투자와 M&A를 통한 성장전략을 펼 전망이다.

우선 투자의 경우 아직까지 확정짓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22조6000억원보다 대폭 늘린 25조원을 상정해 놓고 있는 상태다.

투자 대상은 반도체와 휴대폰,LCD 등이다.

반도체의 경우 신규 투자를 통해 대만 일본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구상이다.

휴대폰은 베트남 등 해외 공장을 확충해 노키아와의 격차 좁히기에 나설 계획이다.

LCD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투자계획을 확정한 8-2라인에 이어 9세대 이후 투자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M&A를 통한 성장전략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은 1994년 미국 컴퓨터 회사인 AST를 인수했다가 '쓴맛'을 본 이후 M&A를 금기시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이스라엘의 비메모리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면서 이미 금기는 깨진 상태다.

윤종용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들도 "할 만한 회사가 있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M&A를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은 이 같은 투자 확대와 M&A를 통해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세계 IT 기업으로는 지멘스에 이어 두 번째로 '연매출 1000억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012년까지 연매출 1500억달러 돌파를 자신하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