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속의 인수위'로 불리는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의 사공일 위원장(67)은 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 7% 성장 △정부조직 개혁 △교육개혁 등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추진해나갈 주요 정책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국정의 승부수로 내세운 △정부혁신 △한반도운하 △새만금 △과학비즈니스벨트 △에너지정책 등 핵심 국정과제를 총괄하고 있다.

사실상 차기 정부 경제정책의 '조타수'인 셈이다.

◆부동산-투기 어떻게든 잡는다

사공 위원장은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공급확대'로 요약했다.

세금으로 수요를 억제해 시장을 잡기보다는,공급확대로 가격안정을 추구하는 확실한 차별화 정책을 쓰겠다는 것.그는 그러나 "투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경제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경제정책에 걸림돌이 된다"며 "거시정책뿐 아니라 다른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공급을 확대하겠지만 이에 편승해 시장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과열 조짐을 가라앉히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당선자가 대선과정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1가구1주택이나 장기 보유주택에 대한 종부세 완화 △양도세 등 거래세 완화 △재건축ㆍ재개발 완화 등의 정책들도 시차를 두고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수위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최경환 경제2분과 간사도 최근 "집값을 꿈틀거리게 하는 정책을 아무런 보완정책 없이 시행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집값이 뛸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도 "부동산 시장에 정책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1~2년이 소요된다"며 "(인수위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본 뒤 관련 법 개정을 판단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성장-임기 내 평균 7% 달성한다

사공 위원장은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성장하기 힘들다는 '샌드위치 경계론'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당선자가 국가경쟁력강화특위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특위는 국내외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의 투자를 늘려주기 위해서는 기업친화적인 경제정책도 중요하지만 거래비용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금인하나 규제완화 등 직접적인 경제정책 외에 정치 안정이나 문화적 배경 등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공 위원장은 특히 "우리나라의 준법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밑에서 세 번째"라며 법치와 준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준법 수준을 OECD 평균 수준으로만 높여도 성장률을 1%포인트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7% 성장 공약은 임기 중 '평균'으로 달성한다는 '장기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연 7% 성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평균적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지 당장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영향 등을 감안할 때 아무래도 내년부터 연 7%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조직-경제정책 조율기능 강화

정부조직은 기능조직 개편을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공 위원장은 "이명박 당선자가 지난 주말 워크숍에서 정부조직 개편도 부처를 몇 개로 줄인다는 숫자에 얽매이지 말고 기능 위주로 개편하라고 지시했다"며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9개에 이르는 정부조직(위원회 포함)을 대부처대국 체제로 통폐합하는 작업을 진행하더라도 인력이 더 필요한 부문에는 '작은 정부'라는 틀에서 벗어나 사람을 더 써도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공 위원장은 그러나 조직개편시 정책의 조율기능은 확대하는 쪽으로 추진할 뜻임을 밝혔다.

그는 "현 정부에서는 경제정책의 기획조정 기능이 너무 약화돼 있다"며 "경제정책이란 제한된 자원을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하는 과정이므로 정부부처 안에서부터 정책 조정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점을 들어 "정책을 해 본 입장에서 이런 점이 절실하고 과거 10년간 이런 점을 기고나 강연 등을 통해 강조해왔다"고 덧붙였다.

인수위는 이와 관련,'국가전략기획원(과거 경제기획원)' 설치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처의 기획 및 예산편성 기능과 재경부의 경제정책 및 조정기능을 통합해 예산과 기획으로 정부 정책을 조율하게 하자는 안이다.

일부에선 행자부의 지방재정 부문을 떼어내 기획처에 붙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교육-3불 정책은 시대착오적

사공 위원장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분야가 어디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교육개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개발시대엔 토지나 자금이 중요했지만 이젠 인적자본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가경쟁력은 교육경쟁력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말했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를 비롯해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선진국의 지도자들도 한결같이 교육개혁을 외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공 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현 정부의 3불정책(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본고사 불허)은 정말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사공 위원장은 이어 "공교육이 붕괴되면서 사교육이 대입경쟁력을 좌우하게 되고 비싼 사교육비를 댈 수 없는 가난한 계층은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길이 구조적으로 봉쇄돼 버렸다"며 "공교육의 붕괴는 가진 계층의 교육 수요에도 부응하지 못한 결과 조기유학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차기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