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인기작가들의 작품값이 급락하면서 전시회도 뜸한 가운데 독특한 개성을 지닌 30~50대 젊은 작가들의 주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작품전을 연 황재형 이수동 안성하 정보영 김성진씨의 전시 작품이 매진됐는가 하면 지용호씨 등의 작품도 80% 이상 팔렸다.

지난 9월 이후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대부분의 화랑 전시작들이 50%도 채 팔리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 작가의 작품이 침체시장에서 이례적으로 판매호조를 보인 것은 상업화랑들이 경쟁력 있는 작가를 선별해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를 키운데다 작품값도 상대적으로 덜 올라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내년 1월6일까지)을 열고 있는 광부 출신 작가 황재형씨는 작가생활 30년 만에 처음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가나는 황씨의 전시작 60여점을 소품의 경우 호당(22.7X14㎝) 100만원,100호(162X130㎝) 대작은 4500만원 선에 모두 팔아 15억~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민중미술작가인 황씨의 경우 작품성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인식과 함께 최근 들어 컬렉터들의 주문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20일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마친 서양화가 이수동씨의 전시작품 70점도 전시 20일 만에 동났다.

노화랑은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하자 추가로 20여점을 더 걸었고,대작 20점과 소품 71점을 호당 40만원에 모두 팔아 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자의 입술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입술화가'라는 별명을 얻은 김성진씨도 시장 분위기와 상관없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갤러리에서 지난 23일 첫 개인전을 마친 김씨의 출품작 20여점은 입술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참신한 기법 덕분에 소품은 점당 300만원,100호 대작은 1500만~2000만원 선에 모두 팔렸다.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가진 안성하씨도 작품이 없어 못팔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탕이나 담배를 소재로 한 그의 100~200호 대작 10여점은 호당 30만원 선에 모두 팔렸고 추가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아트넷 등 해외컬렉터들이 주문한 작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항의 소동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이 밖에 지난 18일 이화익갤러리에서 전시가 끝난 정보영씨의 작품 20여점이 다 팔렸고,내년 1월1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폐타이어 조각가 지용호씨의 근작 '변종'시리즈 16점도 점당 2000만~4000만원에 대부분 팔렸다.

노화랑의 노승진 대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컬렉터들의 구매 성향이 이미 오를 만큼 오른 블루칩 작가군에서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유망 중견,신진 작가군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