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 前총리 피살로 지정학적 불안 고조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27일 유세현장에서 암살됨에 따라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하락하고 국제 유가와 금값이 상승하는 등 시장이 출렁거렸다.

향후 파키스탄 정국이 연쇄 테러 등으로 혼란에 빠지면서 인도 이란 등 주변국으로 사태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8일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하고 전날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지수가 192.08포인트(1.42%) 하락한 13,359.61에 거래를 마감하는 등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반면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10년 만기 미 국채 가격은 최근 19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고,금값도 최근 한 달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문제는 이번 암살 테러가 핵 보유국인 파키스탄 정국을 흔들며 핵 안전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주변국에까지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인베스텍 애셋 매니지먼트의 막스 킹 분석가는 "이번 사건은 파키스탄을 아시아에서 실패한 국가의 하나로 전락시킬 수 있다"며 "부토 전 총리와 관계가 좋았던 인도에도 사건의 영향이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CIBC)의 오드리 칠드프리먼 이코노미스트는 "파키스탄은 지역 내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금이나 채권과 같은 안전 자산 선호와 함께 국제 유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65센트 상승한 배럴당 96.72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4일 연속 올랐다.

WP스튜어트 애셋의 짐 아와드는 "이번 사건은 이 지역 내에서 이슬람 세력이 커짐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장기적인 지정학적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가장 큰 파장은 국제 유가가 테러 위험으로 치솟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소비 부진 등 경기 침체 영향이 글로벌 시장 불안정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번 사건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며 시장을 무너뜨릴 사건은 아니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드레스드너 클라인워트의 빌렘 셀스는 "지정학적 문제는 언제나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며 시장을 좌지우지할 만한 이슈는 아니다"면서 "지정학적 위험보다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퍼진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위기가 투자자들의 심리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