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27일 산업기술재단 등과 함께 대학 평가 결과를 발표한 것은 대학교육이 지나치게 이론에 치우쳐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이나 기술 교육에 소홀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업들은 그동안 대학 졸업생이 입사하면 모든 업무를 처음부터 새로 가르쳐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이번 산업 평가 결과를 보면 이 같은 기업들의 불만이 근거없는 게 아니다.

조사결과 산업체가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을 대학이 관련학과 교과목에 반영하는 비율은 전자분야 69%,조선분야 55.1%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산업계가 중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필수교과로 지정해 놓은 비율은 전자와 조선분야가 각각 33.9%,36.2%에 불과했다.

전자통신 기기회로 설계는 44.5%로 그나마 나았고 부품회로 설계는 28.6%,시스템온칩(SoC)회로 설계는 28.5%였다.

조선 분야에서는 선박 길이 폭 등을 설계하는 기본설계는 98.9%로 우수했지만 선체 구조 설계는 50%,엔진 발전기 등 기장설계는 20%,배관 설계와 선실 설계는 각각 6%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고부가가치 분야인 전자통신 SoC회로 설계와 조선 선실 설계에 대한 대학 교육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생들 가운데 관련 과목을 이수한 비율은 전자,조선 전공 모두 각각 29.4%,32.6%에 불과했다.

졸업생 중 산업체 현장 실습 등 산학경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비율도 전자가 16.5%,조선이 30.8%에 그쳤다.

하지만 산학협동 프로그램에 대한 졸업생들의 직무활용 만족도는 전자 67.3%,조선 59.3%로 높은 편이어서 현장실습이 확대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서장이 평가한 기초역량은 산업 분야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고 대부분의 대학이 대체로 양호했다.

전문 직무역량의 경우 특정 대학이 모든 분야에서 우월한 것으로 나타나지 않고 대학별 전문분야에 따라 두각을 나타냈다.

산자부는 "산업계가 직접 대학을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업이 구체적으로 수요를 제시하고 대학이 산업수요를 반영,우수 인재를 공급하도록 하는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산자부는 순차적으로 철강과 반도체,전자(디지털 가전)와 섬유,자동차와 화학 등 매년 2개 산업의 관련 학과를 평가할 계획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