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집권구상 차질 우려 … 신당 "총선에 부메랑 될라"

정부가 26일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관련된 이른바 'BBK 특검법'을 의결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수차례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고,대통합민주신당 등은 재공세에 나설 태세여서 충돌이 예상된다.

그러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신당도 내심 속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신당 내에서는 대선에서 참패한 마당에 BBK 공세를 계속하면 오히려 여론의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특검 수사 결과 이 당선자가 '무혐의' 판정을 받으면 내년 4월 총선에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겉으로는 특검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의견이 분분하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25일 "이제는 '이명박'이 아닌 우리 당의 얘기를 해야 할 때"라며 "특검법에 얽매이다 보면 또다시 한나라당의 프레임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에서는 내심 노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를 기대하는 기류도 없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만약 특검에서조차 이명박 당선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 신당은 내년 총선에서 전멸할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오히려 당을 도와주는 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칼을 뽑아든 상황에서 섣불리 물러서기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를 수사 영역과 정치 영역으로 분리해 일단 정치적 맞대응은 피함으로써 불똥이 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회창 전 총리 측도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이 전 총리는 최근 "특검법으로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 후에도 국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정권 출범 시점에 특검 수사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은 이상으로 뭔가 새로운 의혹이 나올 것이 없다고 자신하지만 특검 수사가 국민의 시선을 확 잡아 끌면서 집권 구상의 홍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고민거리다.

행여 특검 수사에서 일부 흠집이라도 나면,새 정부의 각종 정책 추진이 힘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이 연일 노 대통령에게 "특검법을 철회하라"고 압박하는 이유다.

각 정파의 입장이 얽히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홍영식/강동균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