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때문이다.

최근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교육학)가 통계청의 가계조사 자료에서 잡히는 순수 사교육비(학교 등록금,교재비 등)를 집계한 결과 참여정부의 연 평균 사교육비 지출액은 21조972억원으로 국민의 정부 10조2018억원의 두 배에 달했다.

통계에 잡히는 않는 비용까지 합하면 30조원을 넘어섰다고 봐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교육비가 급증한 가장 큰 원인은 영어다.

영어 사교육이 전체 사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내외로 추정된다.

영어실력이 소득과 계층을 결정한다는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ivide)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생각에 학부모들이 앞다투어 자녀들의 영어교육을 시키면서 사교육비 규모를 키운 것이다.

영어 사교육은 수강료(초등학생 대상 영어회화 학원 월 60만~100만원 선)가 다른 과목보다 비싸다.

해외연수(미주 기준 4주 500만~600만원 선)를 받는 경우 순수 교육비 외에 체제비 항공료 등 막대한 추가비용이 들어간다.

"방학을 이용한 단기 어학연수 시장의 규모만 연간 2조원 수준으로 집계되는데 가격 대비 교육의 질을 따져보면 그다지 신통치 못하다.

외화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김병진 국제청소년문화협회 팀장)

차기정부에서 영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영어 교육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급선무다.

전문가들은 우선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몰입교육'을 대폭 확대할 것을 주문한다.

일상의 교육에서 영어의 사용빈도를 높여야 영어를 빨리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몰입교육 확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슬람 반미 지하단체인 지하드도 선전방송을 영어로 하는 세상이다.

영어 몰입교육이 국어를 말살한다는 주장은 설 자리가 없다."(박명석 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영어교사 육성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어 몰입교육을 확대하고,특정 학교나 지역에서 '영어 공용화'를 실시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지만 이 같은 방안을 전국의 모든 학교에 적용하기에는 지나치게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 일선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의 수준은 1~2년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에게도 뒤처질 정도다.

능숙하게 영어로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만 교단에 설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영어교사 임용시험을 강화하고 기존 교사들에게도 재교육과 강의평가를 되풀이하되 이들에게 타과목 교사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권오량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