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네질도 제냐,엠포리오 아르마니,디젤 등 프리미엄 수입 패션 브랜드들이 국내 속옷시장에까지 뛰어들고 있다.

속옷은 겉옷과 달리 착용감이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동안 국내 언더웨어 전문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속옷의 패션화'로 브랜드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기 시작하자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한국인 체형에 맞춘 제품을 개발,이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한국 시장 가능성 있다'

남성복 명품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올가을.겨울 시즌부터 언더웨어 제품을 내놓았다.

11개 제냐 매장 가운데 신세계백화점 본점.갤러리아 백화점.하얏트 아케이드 등 3곳에서 시범적으로 언더웨어를 내놓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 것.제냐 관계자는 "세계 최고 남성복 브랜드인 에르메네질도 제냐에서 언더웨어를 생산한다는 것 자체에 소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공식적인 론칭을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판매 목표치를 150%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내년 1월 중 서울 청담동에 언더웨어 매장을 따로 내기로 했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캐주얼 브랜드 디젤도 내년 1월부터 언더웨어를 판매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고 있는 디젤 의류와는 별도로 란제리 전문 브랜드 프린세스 탐탐을 수입.판매하는 디앤비코퍼레이션이 백화점 매장을 중심으로 판매한다.

디앤비코퍼레이션 관계자는 "구색용으로 언더웨어를 선보이는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디젤은 별도로 속옷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내년에 백화점 7곳과 면세점 2곳에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를 수입 판매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내년 가을부터 별도의 아르마니 언더웨어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더웨어 시장에 '캘빈 클라인 돌풍'


이처럼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들이 국내 언더웨어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은 'CK캘빈클라인 언더웨어'의 성공 사례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올 한해 CK캘빈클라인 언더웨어는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입 브랜드업계에서는 한해 매출이 200억원을 넘기면 '성공'으로 보는데,CK캘빈클라인은 이보다 2배나 넘는 성과를 내 국내 시장의 가능성을 입증해준 것.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속옷시장의 전체 규모는 총 1조원.이 가운데 직수입 언더웨어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 정도다.

전체 수입 속옷시장의 40%를 CK캘빈클라인이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CK캘빈클라인도 2001년에 처음 들어와 수입 업체들이 2~3번 바뀔 정도로 외면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며 "속옷의 패션화 바람이 일면서 고급 수입 언더웨어 시장이 갓 형성되기 시작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캘빈클라인은 아시아의 시장성을 고려,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인들의 체형에 맞는 제품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비비안과 비너스 같은 국내 여성 란제리 시장은 프리미엄 수입 브랜드들이 파고 들기 힘든 시장이지만 예스.섹시쿠키처럼 젊은층이 선호하는 '감성 내의 시장'은 충분히 공략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급화를 추구하는 백화점 위주 유통으로 시장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절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는 겉옷 제품과 달리 언더웨어는 필수품에 속하기 때문에 꾸준한 매출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외국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잇달아 뛰어드는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