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은 준비된 '펀드 전도사'이다.

스스로도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여긴다.

이 부소장은 "이곳에서 일할 것이라고 알고 살아온 것도 아닌데 저의 인생 경로가 이 일과 딱 맞아떨어지는거 있죠"라며 행복해 했다.

그는 1993년부터 4년간 보험사 영업교육부에서 일했다.

각종 사내외 교육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직접 강사로도 뛰었다.

그러다 1996년부터 2005년까지 9년간 재테크 주간지 ROI와 한국경제TV 등에서 금융 및 재테크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대학 졸업 후 13년간 은행 증권 보험업계를 두루 맛본 셈이다.

이 부소장은 일주일에 최소 2~3차례 강의를 다니면서도 새로운 투자문화 정립을 위한 출판 일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매달리고 있다.

"내용은 형편없는데 가격만 비싼 재테크 관련 서적을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책을 통해 교육하려는 생각에 가격이 저렴한 문고판 투자 관련 서적을 만들기로 했죠." 이런 이 부소장의 생각에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적극 동감했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잘 해보시라'는 한 마디로 30초 만에 사인을 했다.

총 15권이 나온 미래에셋투자교육총서는 지난달 발간부수가 100만권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아시아인베스트'라는 격월간지도 창간했다.

'투자자들이 펀드에 돈은 넣으면서도 아시아 시장에 대해 잘 모른다'는 박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 부소장은 조심스럽게 한 마디 더 더했다.

"출판업계가 상업성 때문에 못하고 있지만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책들을 번역해 내놓을 생각입니다.

우리는 투자자 교육이 목적인데 잘못해 출판업계 일을 뺏어 오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되죠."

이 부소장은 지난 20일에도 충남 논산에서 강의를 했다.

"요즘은 지방 어디를 가도 펀드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브릭스펀드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리츠펀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이 끊이질 않습니다."

투자자들의 관심만큼이나 높아진 기대수익을 경계했다.

그는 "이제는 '투자시대'라는 데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며 "문제는 기대수익률이 너무 높고 단기화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3년 이후 국내 증시는 3배나 오른 데다 부동산까지 급등해 모든 투자자들이 고수익에만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이 부소장은 내년 펀드투자에 대해 '기대수익을 낮추고 인내심 있게 투자할 것'을 주문하면서 펀드투자의 몇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시장 상황보다는 좋은 펀드를 고르는 데 신경 쓸 것을 조언했다.

3년 이상 운용수익률을 갖고 있는 펀드 중에서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른 펀드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CIO(최고운용책임자)가 자주 바뀌지 않는 자산운용사를 고를 것을 권했다.

CIO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을 갖고 원칙에 입각한 투자를 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피터린치를 거론하며 복리의 미학을 즐기기 위해 '기다릴 것'을 주문했다.

미국 피델리티 마젤란펀드의 매니저였던 피터린치는 자신이 운영한 1977년부터 1990년까지 13년간 펀드수익률 순위에서 300위 내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매년 꾸준히 수익을 내 이 기간 2703%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다들 대박이 터진 건 아니었다.

"피터린치가 자신의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의 수익률을 뽑아보니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정리를 했더군요.

최고의 증시 상황에서 최고의 펀드매니저에게 돈을 맡겼지만 기다리지 않는 고객은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보여준 셈입니다."

이 부소장은 이어 "좋은 투자방법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이라고 했다.

"장기투자나 분산투자는 사실 상당히 어려운 것입니다.

이는 인간의 본성에 맞는 게 아니라서 그렇죠.인간의 기본 심리에는 즉석 복권이 딱 들어맞습니다.

사람들은 단기적으로 사물을 보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익숙하죠." 지루하고 재미 없는 방법을 1~2년 하고 말 게 아니라면 펀드 가입하는 걸 집 고르듯, 동업자 구하듯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시장의 화제가 되고 있는 '브릭스펀드' 투자 성공법에 대해서도 자산배분 차원에서 접근할 것을 권했다.

"이머징마켓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장입니다.

자산배분 차원에서 일정비율을 반드시 투자하기를 권합니다.

특히 이머징마켓의 변동성이 높다는 걸 감안해 거치식보다는 적립식으로 넣는 게 유리할 겁니다.

투자는 마음이 편해야 합니다.

그래야 변동성도 내 친구로 만들 수 있죠."

적립식 투자의 경우 주가가 하락하면 더 많이 살 수 있어 매입단가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빠져도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부소장의 투자 교육을 위한 책 만들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왜 장기투자인가,왜 적립식인가 하는 식의 기초적인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합니다.

시장이 어려워진다면 인내심을 키울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책이 필요하거든요."

글=서정환/사진=양윤모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