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결산기가 다가오면서 주식시장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경영진이 보유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빌렸다가 적대적 M&A 위기를 초래하는 등 불투명한 경영 마인드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의 적대적 M&A 공세는 방어책을 마련한 기업에까지 뻗치는 등 무차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분 담보로 돈 빌렸다가 빌미 제공

14일 금융감독원 등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슈넬제약은 지난 7월 금융업체 드림화인캐피탈에 빌린 돈을 최근 모두 상환하고, 담보로 제공했던 지분 5.36%를 되찾았다.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킨 오로라리조트홀딩스가 오는 28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장석후 수석무역 상무(상근)와 김일주 대표(비상근)가 포함 된 이사 후보들을 추천하는 등 이사회 장악에 나선데 따른 대응책이다.

김주성 한국슈넬제약 대표이사는 지난 2005년말 보유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대여받아 이자를 포함해 모두 31억원 가량을 납부해야했지만, 양측의 합의로 22억원으로 채무관계를 청산했다고 드림화인측은 전했다.

한국슈넬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경영진의 채무관계에서 비롯됐다. 드림화인측은 "김 대표의 차입금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소송을 진행중이었는데, 이를 알고 오로 라리조트측이 접근해 적대적 M&A를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드림화인측도 경영권 참여의사를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또 보유주식을 담보로 하는 명동 사채업자와 상장사 대주주 간 자금거래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선물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주식 시장 이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우려로 급락하자 10여개 종목에서 반대매매 매물이 쏟아졌다.

이같은 반대매매로 인해 해당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면 적대적 M&A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 지적이다.

◆방어망 갖춘 기업도 예외 아니다

강력한 적대적 M&A 인수 방어망을 친 기업도 표적의 사정권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경영컨설팅업체 기경인베스트먼트는 적대적 M&A를 막기위해 지난 9월 황금낙하산 제도를 도입한 이노비츠아이엔씨를 상대로 적대적 M&A를 선언했다.

황금낙하산제도는 적대적 M&A 등으로 인수 대상 기업 대표이사 등이 사임하게 됐을 때 퇴직금과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정관에 삽입, 경영권을 방어 하는 조치를 말한다.

이노비츠측에 따르면 올 4월 삼양옵틱스측과 경영권 공방을 벌인 이후 이노비츠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적대적 M&A 등으로 현 대표이사와 이사진이 퇴임하게 될 경우에는 통상적인 퇴직금 이외에 퇴직보상금으로 이사에게 30억원씩,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50억원을 지급한다(정관 제38조3항)'는 내용을 추가했다.
기경인베스트먼트는 M&A를 선언한 이후에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제 기경측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노비츠측은 경영진의 지분을 확대하는 등 기경측의 후속 행동에 대비하고 있다.

네오웨이브는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웹젠의 지분 8.01%를 133억원 가량을 들여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웹젠의 최대주주이자 김남주 대표로 지분율은 6.27%.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지분율을 넘어서기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네오웨이브가 경영권 참여 선언을 한 것은 그만큼 M&A 의지가 강력함을 역설적으로 과시했다는 증시 전문가들 관측이다.

현대약품은 주요주주인 대주주, 슈퍼개미, 외국인투자자 등이 경쟁적으로 지분 확대를 벌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ABN암로 런던지점은 최근 한 달 동안 현대약품 주식 1만3440주(0.48%)를 사들여 지분율을 기존 14.20%에서 14.50%로 높였다고 이달초 공시했다. 슈퍼개미 대주주인 박성득씨가 지난 10월 지분율을 18%에서 21.82%를 대폭 늘리자 최대주주인 이한구 회장도 지난달 지분 2.11%를 추가로 취득해 총 지분율을 27.32%에서 29.43%(특수관계인 포함)로 끌어 올린 상황이다.

◆'M&A=주가급등' 공식 더 이상 안 통해

이상윤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연말 결산이 다가오면서 기존에 추진해오던 M&A 등 사업계획들을 마무리 짓겠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M&A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해 급등세를 연출할 것이라는 공식은 더이상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요즘에는 M&A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 투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수자와 현재 경영진 간에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며, M&A를 추진하려는 진의가 무엇인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인수 이후 사업 방향도 예상해 볼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