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에 화려한 드레스,턱시도….

연말이 되면 TV시청자들의 눈이 즐거워진다.

방송사들이 각종 시상식을 황금시간대에 편성하는 것은 시청률을 감안할때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필자의 경우도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프라이빗 뱅커(PB)의 길을 들어선 이후 20대 어린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선망의 대상일 뿐이었던 레드카펫 위의 연예인들이 현실로 다가온다.

어린 나이 때부터 큰 돈을 만지는 연예인들은 PB들의 1순위 섭외대상이기 때문이다.



우선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재테크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다.

10대 후반,또는 20대에 '슈퍼스타'가 된 아이돌 스타의 경우 본인들 스스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을 쏟을 연령대가 아닌 데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눈코 뜰 새 없는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재산굴리기'에 신경을 쓸 여력도 없다.

때문에 부모나 친지들이 그들의 수익을 관리해 준다.

연예인 어머니들이 강남 아줌마의 대표주자로 부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90년대 후반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보컬그룹의 멤버였다가 지금은 대표적인 섹시스타로 변신한 A씨의 경우 부모가 강남의 한 시중은행 PB센터를 거래하며, 재산을 관리해주고 있다.

주변시선에 대한 부담감도 이들이 PB센터 이용을 꺼리게 되는 이유 중 하나.

PB센터의 경우 고객을 위한 별도의 상담실이 마련돼 있어 익명성이 일반 시중은행 지점보다는 잘 보장되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들락날락하는 과정에서 일반인들과 마주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가 △△은행 PB센터를 이용한다더라"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 나갈 수 있다.

평판을 먹고 사는 연예인 처지에서는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한가지 재미난 점은 이 같은 주변시선에 대한 부담감이 투자패턴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점.'내집마련'을 할 때 연예인 '큰손'들이 보여주는 행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연예인 PB고객들의 경우 일단 사생활을 침해받는 걸 꺼리기 때문에 고급빌라처럼 독립된 주거공간을 선호한다.

또 끼리끼리 모여사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친한 사람들끼리 몰려 살고 싶어하는 심리도 있거니와 이웃에 같은 연예인이 살고 있으면 서로 의식을 안하니까 그만큼 그 동네에서 움직일 때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

물론 아파트에 사는 연예인들도 있다.

이 경우 엘레베이터에서 주민들과 마주칠 경우 불편하다는 점, 또 새벽시간대에 귀가하는 경우가 잦은 직업의 특성 때문에 의도적으로 1층 집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흠결없는 이미지로 쌓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시사프로그램 진행도 하는 배우 B씨가 이런 사례다.

그는 1년여를 거주하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때 엘레베이터에 "배우 B입니다.

그동안 저 때문에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깊이 사과드립니다"는 내용을 담은 A4용지를 붙이고 떠났다.

그제서야 그가 같은 동(棟)에 살았다는 사실을 안 주민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들이 투자할 때 보여주는 또 다른 특징은 감성적으로 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정확한 분석 등을 수반하지 않은 채 주변의 친한 사람들의 소개로 알게된 투자처에 별다른 고민 없이 '지르는' 경우가 많다.

감성적일 수밖에 없는 직업특성상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정보의 루트가 대면접촉에 한정될 수밖에 없어 그런 것도 같다.

이 같은 투자방식은 일반인들이 이것저것 재면서 투자기회를 놓치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박자 빠른 의사결정을 해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반면 주변 얘기만 듣고 투자했다가 큰 돈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경우도 많다.

아시아 전역서 인기 높은 한류스타 C씨와 아이돌그룹 출신 D씨 같은 경우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한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공동투자를 권유받은 적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시중은행 PB들의 도움을 받아 검증작업을 거쳐 투자를 철회했다.

아직 20대로 투자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에게 사업성이 낮은 투자처에 투자를 권유했던 것.만약 실제로 투자를 했다면 수억원대를 날릴 수도 있었다.

연예인은 전성기가 빨리오는 만큼 은퇴시점도 빠른 직업의 특성상 체계적인 자산관리가 가장 필요한 직업이다.

짧은 전성기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지만, 시간이 없어 재테크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자산관리를 위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일선 PB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상수 신한은행 서초3동 지점장.프라이빗 뱅커(P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