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 업체 듀오정보는 설립 8년차이던 2002년 코스닥 등록 심사에서 두 차례나 고배를 마셨다.

직전 회계연도 매출이 120억여원,당기순이익은 18억여원으로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결혼정보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었다.

당시 주간사였던 모 증권사 관계자는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주지 못한 것이 실패 요인이었다"고 회고했다.

설상가상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결혼정보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소비자 피해 사례도 속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결혼정보 업체를 여전히 '뚜쟁이'나 '중매쟁이' 정도로 치부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듀오가 이런 선입견을 털어내며 '종합 인생 컨설팅' 전문기관으로 도약하고 있다.

'만남 주선' 사업을 토대로 웨딩 컨설팅 사업에 뛰어들어 자리를 잡았으며 지난해에는 웨딩 관련 교육사업도 오픈했다.

맞선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일본과 중국 진출도 구상 중이다.


1995년 2월 설립된 듀오(대표 김혜정)는 맞선 업계 후발주자다.

상장사인 상신브레이크의 정성한 부사장(45ㆍ현 듀오 고문)이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한 후 귀국,설립했다.

듀오의 최대 수입원은 2만900여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가입 회원들이 예비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내는 가입비(1인당 98만~500만원).

이 회사는 그러나 이를 토대로 미래 수입원 발굴에 뛰어들었다.

2002년 문을 연 웨딩 컨설팅 '듀오웨드'가 첫 시도다.

바쁜 직장인 예비 신혼부부들을 대신해 일체의 결혼 준비를 대행해주는 웨딩 플래닝 서비스다.

이미 결혼 준비 관련 영세 업체들이 난립한 시장에서 듀오는 기존 브랜드를 앞세워 4년여 만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3000여쌍의 예비 부부들이 이곳을 통해 결혼을 준비했다.

손혜경 웨딩사업본부장(36)은 "결혼 준비 과정에는 드레스 대여,사진촬영,예식장 및 신혼여행지 선택 등 관련 아이템과 숍(업체)이 아주 많은데 가격은 천차만별"이라며 "듀오웨드가 사전에 검증된 업체들을 선별해 처리하다 보니 훨씬 경제적으로 결혼 준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듀오웨드의 지난해 매출은 12억5000만원이지만 혼수비용 등 실제 만지는 돈의 규모는 100억원에 이른다.

듀오는 교육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웨딩플래너 커플매니저 웨딩드레스 제작자 등 결혼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듀오아카데미'를 설립한 것.3개월짜리 전문과정을 통해 현재까지 총 70명(5기)의 졸업자를 배출했다.

전원이 웨딩 업계에 취업하는 성과도 냈다.

김혜정 사장은 "장기적으로 만남에서 결혼 준비,출산과 육아,실버,장례 순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가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한 해 듀오를 통해 결혼하는 성혼 커플만 매년 2500여명이다.

설립 이후 최근까지 결혼에 골인한 누적 회원 수는 1만5000명을 넘어섰다.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독톡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자산은 역시 '사람'.듀오의 회원 모집은 이미 일종의 '선순환' 구조에 올라와 있다.

회원 수가 많다 보니 그만큼 적당한 배우자를 찾기가 수월해지고 결혼에 골인하는 성공사례가 늘어나면서 회원 수가 자꾸 불어나는 식이다.

일종의 '규모의 경제' 효과다.

듀오는 철저하게 소비자층을 세분화해 체계적인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2007년 현재 일반적인 초혼 남녀들로 이뤄진 프로필 회원(40%)과 전문직과 대기업 재직자 등 상위층 회원들로 이뤄진 노블레스ㆍ오블리주 회원(35%),재혼ㆍ만혼을 위한 리매리 회원(25%) 그룹이 있으며 각기 전담반이 따로 맡고 있다.

주로 40대 연령층 여성인 '컨설턴트'들이 160여개 항목에 걸쳐 각 회원이 원하는 배우자 정보를 조사하면 '커플매니저'들과 데이터베이스(DB)화한 매칭 시스템(2000년부터 5차 개발)이 적당한 배우자 감을 선별한다.

60~80명 단위의 남녀가 자연스럽게 만나 서로를 탐색하는 각종 파티도 연 150~200여회가량 열린다.

김 사장은 "일본의 경우 연간 결혼정보 업체들을 통해 결혼하는 커플이 전체의 5%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25~35세 초혼 기준으로 한 해 평균 30만쌍이 결혼을 하는데 이 중 결혼정보 업체를 통하는 비율은 일본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국내 결혼정보 업체들의 시장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설명이다.

미혼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단체 미팅을 원하는 기업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청신호라고 그는 덧붙였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 10개 직영 지사와 미국 뉴질랜드 등에 해외 지사를 둔 듀오는 최근 국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사내 기관인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를 주축으로 일본의 동종 업계 대표 주자들인 오네뜨(Onet),츠바이(2004년 자스닥 등록),선마린 등과 공동으로 한ㆍ일 결혼문화 비교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또 신흥 부유층을 중심으로 맞선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연구를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금력이 있는 중국 업체들이 벌써부터 듀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