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건설, 부동산 관련 화제의 인물을 초대해 다양한 얘기를 나눠보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한국여성건설인협회, 김정선 회장 모셨습니다. 1. 먼저 란 어떤 곳인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죠. 협회는 2002년 12월 26일 창립한 건축(설계,구조,설비,전기,인테리어 등), 도시, 교통, 조경, 토목 등 전통적으로 남성 위주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건설인들의 모임입니다. 건설 관련 실무 또는 연구 경력 5년 이상인 여성들이 정회원으로, 전문성 향상과 권익증진, 사회참여 확대를 도모하고, 국제 협력을 통한 기술향상을 위하여 뜻을 같이 한 협회로 현재 회원은 160명 정도입니다. 건설업계 모든 분야에 걸쳐 활동하는 여성들의 모임이므로 건설과 여성을 연계한 연구와 실제 적용 가능한 방안을 제안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단체입니다. 현재 건설인 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여성건설인은 58,506명으로 전체 552,185명의 10.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 여성 건설인이 1000명 이상인 분야는 건축, 토목, 국토개발, 환경 분야입니다. 여성건설인 58506명 중, 5년 미만 경력자가 43,646명으로 74.6%를 차지하고 20년 이상은 245명으로0.4%에 지나지 않습니다. 2. 같은 뜻을 가진 분들이 모여서 활동을 하고 계신데 협회의 주요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여성건설인협회가 출범 한 후,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라는 주제로 아홉 차례에 걸쳐 세미나를 진행해왔습니다. 여성뿐만 아니라 노인, 어린이 등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 주거 단지, 교통, 조경, 문화가 있는 놀이터, 조명 등 각 부분에서 접근성, 안전성, 편리성, 쾌적성이 보장된 도시 만들기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2004년에는 유럽 내(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의 여성이 계획한 주거단지를 시찰했고, 또 서울문화재단과 '문화가 있는 놀이터 만들기 매뉴얼'을 개발했습니다. 또 2006년에는 서울시와 '여성친화도시 서울을 위한 제언'연구를 수행했습니다 3. 여성건설인협회에서 꾸준히 많은 사업들을 수행하셨는데,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어떤 게 있을까요? 올해 연구 용역사업으로는 여성가족부에서 위탁 받은 '가족 친화 환경 만들기 설계 기준', 서울 여성 재단의 '여성 친화적인 주유소 환경 만들기'와 건축기술,건축문화 선진화위원회의 '공간복지 증진을 위한 여성건설인 활용 방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4. 얼마 전 대통령자문기구인, 건설기술.건축문화 선진화 위원회 세미나에서 여성건설인 활용 증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어떤 내용들이 논의됐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대학에 건설 관련학과에 여학생 비율이 20%가까이 되고, 건축학과는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성적도 우수한 여학생들이 취업 앞에서는 많은 어려움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직장에 근무하는 여성 건설인들도 여러가지 문제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이번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건축문화,건축기술선진화위원회에서 위탁받은 '여성건설인 활용 증진방안'연구를 위해 건축설계, 구조, 조경 도시계획,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건설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11월 5일에서 16일동안, 총 700명이 설문조사에 답변을 했고, 세미나 개최를 위해 우선 11월 9일까지 답변한 여성 건설인들을 중심으로 분석을 실시해했습니다. 여성건설인의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크게 세 시기로 분류했습니다. 첫째 사회 진출시, 둘째는 경력시, 셋째는 상위 그룹 진입시로 나뉘어 분석했습니다. 여성 인력 채용시, '근무 지속성에 대한 염려'와 '과중한 업무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관이 60%를 차지했고, 이는 역으로 남성 할당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에 근무하는 여성들이 느끼는 어려움으로는 '남성위주의 조직 문화(57%)', '근무 스케쥴(55%)'과 '여성에 대한 차별 대우(24%)'로 나타났습니다. 상위 경력직에 진출한 여성 인력이 드문 원인에 대해서는 '출산, 육아, 자녀 교육 등으로 중도 포기(44%)'와 '기업 내에서 미래에 대한 확신 결여(15%)' 로 나타났습니다. 5. 개선방안 역시 논의됐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실현 가능한 방안들은 어떤 게 있었습니까? 여성건설인들이 바라는 개선 방안은 크게, '출산, 육아에 대한 제도적 지원', '조직 내 상위 직에 여성 다수 진출'과 '남성위주의 조직 문화 개선' 세 가지였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하신 패널들의 공통된 의견도 역시 상위직에 여성 진출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 비율까지 우수한 여성 인력을 임원에 승진시키거나 채용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국가 5급이상 공무원들에 여성할당제를 실행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남성위주의 조직 문화 개선', '여성에 대한 차별 대우', '기업 내에서 미래에 대한 확신 결여로 중도에 포기'하는 문제도 상위직에 여성이 많이 진출하면 저절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생각합니다. 6. 업계내 여성이 대표로 있는 업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현재 제도적인 지원 수준은 어느 정도며, 부족하다면 어느 정도, 어떻게 보완이 되어야 하는지 말씀해주시죠. 현재 조달청에서 발주하는 10억 미만의 시설공사 입찰 시, 여성기업과 공동 수급할 경우 가산점을 주고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여성기업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 외의 할당제나 특혜 방안은 공정거래나 자유경쟁에 위배되므로 현 제도 하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마이너리티나 여성에게 일정 비율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주 정부에서는 마이너리티 지원 방안으로 발주 물량의 10%를 소수인종, 여성에게 할당하고 있습니다. 또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는 여성 건축가, 여성 건설 전문가들만 참가한 공동 주택단지를 개발하여, 주민들로부터 여성친화적, 환경친화적인 주거단지로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이 공공건물 발주시, 일정 부분 여성 대표에게 할당하거나 가산점 부여, 또는 특정 설계 용역 및 공사 발주시 여성만 입찰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물론 어떤 특혜나 배려 차원이 아닌 여성 스스로가 의식을 개선하고 경쟁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은 잘 압니다. 하지만 사회인식이나 선입관 등 장벽이 없는 사회에서는 당연한 주장입니다. 현재 우수한 여성건설 전문가 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의 인력이 사장되지 않도록 일정 비율에 도달하기까지 제도적인 지원책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저출산에 의한 노동 인구 감소를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출산 장려가 아니라 여성인력의 활용입니다. 7. 여성건설인협회 출범이후.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튼지? 단적으로 말해서 '여성이 살기좋은 도시'란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를 말합니다. '여성'이라는 단어가 주어가 돼서 특정그룹을 위한 배타적 의미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사실 도시의 여러 부분, 특히 도시 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공간은 거의 여성과 여성이 돌봐야 하는 어린이와 노인들이 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역시 여성이 최대의 수요자입니다. 여성들이 어린이와 노인들을 잘 돌볼 수 있도록 편리하고 쾌적한 도시가 될 수 있다면 남성들에게도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포괄적인 의미로 '가족친화도시'라는 용어도 함께 쓰여 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근래 일하는 여성의 수가 증가하면서 도시계획, 도시환경, 교통시설, 복지시설 등 많은 부분에서 불편하고 안전하지 못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여성친화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여성이 살기좋은 도시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중에는 여성건설인이 을 만든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여성건설인협회가, 여성으로서 여성건설인으로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8.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주제로 꾸준히 세미나를 진행해왔다고 하셨는데 세미나에서 어떤 내용들이 나왔는지 그 부분도 말씀해주시죠. 한국여성건설인협회가 만들어진 지 올해로 만 5년째인데요. 창립 초기부터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를 주제로 공식적인 세미나를 포함하여 아홉 차례의 세미나를 시행해왔습니다. 초기에는 여성건설인들의 사회참여를 통한 바람직한 환경조성이 주제였고, 계속해서 여성과 교통, 건축, 도시공간과의 관계 속에서 살기 좋은 환경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서 첨단주택, 실내환경, 아파트단지, 조경과 경관, 그리고 조명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관점에서 요구되는 살기 좋은 공간 환경에 대해 많은 제안들을 했었습니다. 특히 모자가정자립지원을 위한 공동주거시설에 관한 내용은 다양한 여성수요자의 입장의 하나로서 의미 있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본격적으로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가 다뤄진 것은 서울시에서 의뢰받은 것으로서 '여성친화도시, 서울을 위한 제언'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요즘에 많이 거론되고 있는 '여성친화도시'의 도입 배경과 개념, 해외사례, 도시공간 내에서의 구체적 적용 예시, 그리고 실현방안에 대해 제시한 바 있습니다. 올해에는 여성가족부 위탁으로 여성을 포함하여 여성이 보살펴야 하는 어린이, 노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가족친화환경만들기'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였습니다. 9.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로 인한 얻은 성과가 있다면? 무엇보다 도시계획과 개발에 있어 예전보다 '여성'의 입지가 많이 강조되어 최근 혁신도시 등의 신도시개발사업, 택지개발사업, 뉴타운개발사업 등에 '여성친화'개념을 계획내용에 많이 반영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죠. 구체적으로는 여성가족부를 통해 '가족 친화 환경 만들기 설계 기준'을 제안한 바 있고, 올해 서울 여성재단 기금을 지원 받아 '여성 친화적인 주유소 화장실 만들기'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무엇보다도 2006년도에 연구한 '여성 친화도시, 서울을 위한 제언' 은 올해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여성이 행복한 도시, 서울'의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10. 앞으로 여성건설인협회에서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에 관하여 추진하고자 하는 바는 어떻게 되나요? 저희 여성건설인협회는 실제로 건설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는 전문기술자들이 모인 단체입니다. 지금까지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기 위한 단계로서 개념의 정의, 기본방향의 설정, 거시적 측면에서의 계획 및 설계 예시 단계에 머물렀었는데, 앞으로는 기술인으로서 관련분야의 실무와 연계되도록, 보다 구체적인 계획 및 설계방향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또한 거시적 차원의 계획보다도 일반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 시설, 예를 들면 주차장, 복지시설, 보행자도로, 화장실 등 여성에게 좋은 시설과 공간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앞으로 이제까지 진행해 왔던 연구와 더불어, '여성 친화적인 주유소 화장실 디자인 제안' 등과 같이 실생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을 병행할 예정입니다. 11.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번 세미나의 발표 제목은 크게 두 가지로 '공간복지 증진을 위한 여성건설인의 역할' 과 '여성건설인의 활동 증진 방안'이었습니다. 먼저 생소한 '공간복지'에 대해 알아봐야 합니다. 이제까지 인간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에서 삶과 무관하게 수동적으로 공간을 지각해왔습니다. 앞으로는 인간이 능동적으로 만든 공간, 지각하는 공간, 요구하는 공간, 즉 '공간복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안에서 생활환경의 질적 향상을 이루어야 합니다. 쉽게 공간복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의료복지', '노인복지', '아동복지', '장애인복지' 등과 같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의 일종이라고 접근해도 무방합니다. 그 기대 효과로는 여성 건설전문인들의 눈으로 제도적, 사회적 이유로 등한시 했던 생활공간을 찾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또 사회에 여성건설 전문인의 역할을 재인식시키고 활동의 영역을 새롭게 창출하는 효과가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의 환경이나 인테리어는 여성의 생활 경험과 안목을 접목시키면 보다 편리하고 훌륭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과 노인을 돌보았던 경험과 배려를 잘 반영하면 주거, 보육시설, 노인요양시설 등 여성건설 전문인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성 건축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건설은 자신이 노력한 성과물이 곧 눈앞에 나타나는 매력적인 분야라는 점입니다. 신은서기자 essh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