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 줄 수가 없나 ♪ 나의 모나리자 모나리자 ♬ 그런 표정은 싫어."

지난 10일 오후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 뒷길 소극장 '디아더'.52세 동갑내기로 구성된 밴드가 오는 17일 송년 콘서트를 앞두고 리허설이 한창이다.

5명으로 이뤄진 이들은 모두 무역업,인테리어 시공,부동산 중개업 등의 현장을 뛰는 중소기업인들.노정훈 대영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가 리더 겸 퍼스트 기타,황원명 이화통상 대표가 세컨드 기타,강성환 KNB엔터프라이즈 대표가 베이스 기타,신용성 현대와코텍 대표가 키보드,이철재 L&K디자인 대표가 드럼을 맡고 있다.

그룹 이름은 '시에이유(CAU) 74'밴드.

리더인 노정훈 대표는 "대학시절 기타를 치며 느꼈던 즐거움을 30여년 만에 다시 찾았다"며 "그동안 일에 지쳤던 심신이 다시 젊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74학번 동기들이 만든 이 밴드는 2004년 모교 '홈커밍데이' 준비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누군가 '밴드를 만들어 공연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3명으로 급조한 팀이 400여명의 동기동창들 앞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2006년 말에는 밴드를 5명으로 보강,지난 4월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등에서 매달 정기공연을 열고 있다.

주요 레퍼토리는 조용필의 '모나리자' '물망초',라이너스의 '연',비틀스의 '렛 잇 비' 등 70ㆍ80세대가 반가워할 30여곡.

황원명 대표는 "중년 관객들이 젊은 시절 들었던 음악을 라이브 연주로 다시 들으니 감격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동문 선후배,올림픽공원 주변 주민 등 고정팬이 날로 늘고 있다.

수출업을 하는 강성환ㆍ황원명 대표는 "해외 바이어들을 연주회에 초대하면 정열적인 스페인이나 개방적인 미국인들은 무대로 뛰어올라와 같이 춤을 추고 흥겨워 한다"며 "음악을 통해 이들과 감성적으로 아주 가까워진다"고 말한다.

주말마다 서울 태릉 연습장에 모여 화음을 맞추는 이들은 새벽 1~2시를 넘기기 일쑤다.

대학시절 음악활동을 했던 노정훈 대표의 연주에 대한 요구 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어 나머지 멤버들이 불만 아닌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일부 멤버는 음악활동 사실을 가족들에게 숨기기도 했다.

"일은 안하고 웬 음악이냐"는 타박을 받을까봐서다.

이철재 대표는 "20여년째 사업을 하다 보니 이제는 회사가 안정권에 들어서 짬을 낼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50대에 '거리의 악사'가 된 이들은 요즘 삶의 희열을 느낀다.

"지금은 일과 음악활동을 겸하고 있지만 은퇴하면 전업 밴드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것입니다.

특히 소외된 분들을 찾아다니며 힘이 돼 주고 싶어요."

글=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