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스펙테이터(미국 최대 와인 전문지)가 1995년부터 산출한 와인 경매 지수는 12년 동안 100에서 299로 3배 가까이 급등했다.

2004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의 상승률은 73%로 같은 기간 다우존스(29%),나스닥(31%) 평균치를 훨씬 웃돈다.

국내에선 어떨까.

보르도 2003년산을 선물시장을 통해 구입했다고 가정하고,이를 현재 가격과 비교하면 역시 최대 3배가량 값이 뛴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샤토 라투르 2003'은 2004년 7월 수입사인 신동와인의 선물시장 구매 대행을 통해 90만2000원이면 샀지만 12월 현재 값은 270만3000원에 달한다.

'샤토 탈보 2003' 역시 11만원에서 16만1000원으로 46%,'샤토 지스쿠르 2003'은 12만9000원에서 18만1000원으로 40%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와인 경매 제도가 없어 미국처럼 수익률 운운하기는 어렵지만 '알뜰 소비 역시 투자'라고 생각하면 와인 재테크로 상당히 괜찮은 이익을 얻는 셈이다.

또 와인 열기가 그 어느나라보다 뜨겁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미래 재테크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크다.

◆어떤 와인이 투자에 적합하나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금융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와인 투자는 사실 특정 와인에 집중돼 있다.

조정용 아트옥션 대표는 "공급은 한정돼 있는 데 비해 수요는 폭발적인 것들이 투자 대상"이라며 "이름이 널리 알려져 전 세계 부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거래가 활발한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와인스펙테이터는 총 32개 와인으로 경매 지수를 만든다.

프랑스 보르도산이 '샤토 오브리옹' '샤토 라피트 로쉴드' '샤토 라투르' '샤토 마고' '사토 무통 로쉴드' 등 5대 특급 와인을 포함해 16개로 가장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은 8개가 투자 대상으로 꼽히는데 '도미너스 에스테이트 나파밸리' '할란 에스테이트 나파밸리' '오퍼스 원 나파밸리' 등이다.

이탈리아산도 '솔라이아' 등 5개가 포함돼 있다.

이 밖에 포르투갈산 주정 강화(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인 포트(port) 중에서도 장기 숙성이 가능한 '폰세카' 등 3개가 지수를 구성한다.

지수엔 포함돼 있지 않지만 프랑스 부르고뉴 및 론 지방 와인들도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와인들이다.

예컨대 부르고뉴산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1985'는 올 5월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23만7000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이 와인은 전 세계에서 매년 5500병밖에 생산되지 않으며 국내엔 지난해 41병이 들어왔다.

수입사인 신동와인의 이종훈 대표는 "4~5년 전만 해도 진가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수입량의 상당수를 모회사인 일신방직의 김영호 회장이 개인적으로 소비했다"며 "하지만 최근엔 희소가치와 품질이 알려지면서 수입하기도 전에 예약으로 판매가 마감돼 시중에선 아예 구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르도 최상 등급(그랑크뤼 1등급) 와인인 '샤토 라투르 1982'는 지금 사려면 25년 전 가격의 1000배를 내야 한다"며 "20년쯤 장기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전문가들이 최고의 빈티지라고 극찬하는 2000년,2003년,2005년산 보르도 와인을 사둬서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와인 선물시장에 개인도 참여할 수 있다?

개인이 투자 가치가 높은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나오자마자 사는 것'이다.

보르도산을 예로 들면,올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보통 숙성 기간 등을 거쳐 2009년 10월부터 2010년 3월쯤에 출고가 이뤄진다.

따라서 보르도 2007년산의 투자 가치를 확신한다면 2009년 겨울께 2007년산이 깔리기 시작하면 찍어 놓은 와인을 구매하면 된다.

이와 관련,칼 베트랑 보르도 그랑크뤼 협회 이사는 "2007년 보르도 와인은 카베르네 쇼비뇽이나 카베르네 프랑에 비해 메를로 품종의 품질이 월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예 소비자 시장에 나오기 전에 보르도 와인 선물시장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보르도 2007년산의 경우 출고에 앞서 내년 4월부터 두 달간 선물 거래가 이뤄지는데 7~10월께 국내 수입사에 약간의 수수료를 주고 와인을 도매값에 사면 된다.

신동와인이 작년부터 현대백화점 내 매장을 통해 개인별 신청을 받고 있다.

이종훈 대표는 "수입사들이 할당받는 몫은 네고시앙(주류 도매상)과의 신용 관계에 좌우된다"며 "처음 선물시장에 뛰어드는 수입회사 및 도매상은 그만큼 받을 수 있는 할당량이 적다"고 설명했다.

와인에 대한 직접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펀드로 눈을 돌려보자.지난 6월 굿모닝신한증권이 국내 최초의 와인 펀드인 '유리 글로벌 와인 신의 물방울 펀드' 판매에 들어간 것.이 펀드는 세계 1위의 와인 제조업체 컨스텔레이션 등 와인 관련 업체 35곳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3개월 만에 142억원어치가 팔릴 정도로 예상밖의 인기를 끌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