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中企 기술금융' 1년 반 만에 좌초 위기 "신용대출 위험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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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는 지난해 7월 '혁신형 중소기업 기술금융 8000억원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으나 담보 부족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혁신형 중소기업이 정부에서 지정한 기술평가기관의 기술평가를 통해 우수기술등급을 받게 되면 은행들이 이에 근거해 신용대출을 해주는 사업을 시행하는 내용이었다.
기업·신한·우리·국민은행이 그해 연말까지 혁신형 중기에 모두 8000억원을 지원하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이 사업은 기술보증기금이 참여정부의 중기 정책에 따라 지난해 초 본격 시행한 '기술평가인증서 신용대출 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기술평가기관이 기보 이외에 기술거래소 발명진흥회 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5곳이 추가됐고 업체가 부담하는 기술평가비용의 절반을 정부에서 부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초라한 성과
이 사업의 실제 성과는 지난해 당초 목표치에 턱없이 못 미쳤다.
기보의 기술평가인증서를 제외한 신용대출(2006년 8~12월)은 52건,168억원에 불과했다.
연초부터 사업을 진행한 기보(222건,1321억원)를 포함해도 274건,1489억원으로 목표치의 16.8%에 머물렀다.
올 들어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지난 10월 말까지 기보 인증서 신용대출은 30건,193억원. 나머지 평가기관들은 집계 미비로 실적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보 관계자는 "다른 평가기관들을 모두 합쳐도 기보의 20% 수준"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혁신형 중소기업 기술금융 사업'은 시중은행의 기존 대출 관행을 극복하지 못한 채 사실상 실패로 끝나고 있다.
애당초 검증되지 않은 기술평가 인증서를 바탕으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다는 게 금융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중기 대출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해에는 시중 은행들이 신규 고객 확보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에 호응했으나 대출에 따른 위험을 모두 져야 하는 일선 현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출사고까지 발생
지난해 중반 기술금융에 의한 대출 사고가 일부 발생하자 시중 은행들은 신용 대출 허용 등급을 높이고 자체 심사 비중을 높였다.
지난해 초 기술보증기금과 손잡고 '하이테크론'을 출시했던 우리은행은 같은 해 9월 신용대출을 허용하는 기술평가인증서 등급을 기존 BB등급에서 BBB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 기술금융을 포함한 중기 신용대출 사고가 3건 연속 발생하자 심사 기준을 높였고 대출 실행에 상당히 조심스러워졌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인증서 신용대출 실적은 지난해 1195억원에서 올 들어 10월 말까지 137억원으로 급감했다.
기업은행도 122억원에서 4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상황은 내년 '바젤Ⅱ'시행을 앞두고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기보 관계자는 "기술력과 사업성 등 미래가치 평가등급을 A이상 받은 업체들도 최근 들어 은행의 신용 심사에서 번번이 탈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뾰족한 대책도 없어
이 사업의 주무 부처인 산자부는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초 △평가비용 인하 △은행의 예비심사 절차 생략 △대출 실패 시 평가비용 환불 등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은행들의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산자부는 최근 내년부터 기술금융 금리 일부를 정부가 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기획예산처의 반대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부 관계자는 "은행들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이 빠진 것이 사업이 지지부진한 원인이지만 이를 개선할 마땅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