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세를 찾는 듯 했던 채권시장의 불안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악화되면서 글로벌 금리가 치솟고 있는 데다 매수세가 취약해 조금만 매물이 나와도 금리가 급등하는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됨에 따라 채권시장 상황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3년만기 국고채 금리(연 6%)는 국고채 5년짜리(연 5.96%)보다도 높아져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3년짜리와 5년짜리의 금리 역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기적으로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아 5년짜리 금리는 덜 오른 반면,3년짜리는 수급이 깨지면서 급등한 탓이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전날 영국 우량은행 간 거래되는 리보(Libor)금리가 급등하면서 빚어졌다고 전했다.

리보금리는 전날 0.63%포인트 치솟은 연 6.72%를 기록,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2.77%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달러 공급이 부족해 금리파생상품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한 채권시장 참가자는 "지난달 말 채권시장에서 빚어진 패닉이 앞으로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존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창섭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에 불안심리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연말장세라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며 "특별한 악재가 없는 상태에서도 매물이 나오면 이를 받아주는 매수세가 없기 때문에 금리가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금리가 급등했을 당시에 금리 파생상품 거래에서 손절매를 하지 못했던 증권사들이 채권시장이 안정세를 되찾자 국채 선물을 내다 팔기 시작한 것도 채권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다소 나아지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상황이 개선됐다고 보는 참가자들도 많지 않은 편이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10월만 해도 은행채 저가매수에 대한 권고가 나왔지만 결국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채권시장의 방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여서 현재로서는 현금을 들고가는 것이 가장 편하다"고 털어놨다.

수요 측면에서도 주식형펀드와는 달리 채권형펀드에는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는 것도 채권시장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현 상황에선 채권을 매수할 수 있는 주체가 사실상 연기금 밖에 없는데 연기금마저도 주식투자 비중을 점차 키우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향후 수급여건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입찰이 진행된 10년 만기 국고채가 전날보다 0.07%포인트 높은 5.84%에서 낙찰된 것도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설정액 증가도 채권시장에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원화를 미국 달러로 바꿀 때 환헤지를 위해 금리파생상품 거래를 하는데,달러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파생상품 시장이 왜곡돼 채권 금리를 급등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