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5일 `BBK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각종 연루 의혹에 대해 `전면 무혐의'를 밝힘에 따라 2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구도가 이명박 대 반(反) 이명박 전선으로 갈리면서 양 진영의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이번 검찰발표에 따라 막판 걸림돌으로 인식돼 왔던 `BBK연루 의혹'을 외견상으로는 완전히 털어내고 `대세론'을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됐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등 비(非) 한나라당 진영 후보들은 일제히 검찰수사가 미흡하다고 비판하면서 유세일정을 잠정중단한 채 규탄집회 및 특별검사제 도입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서 대선정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 인사들이 정동영, 문국현 후보 단일화를 위한 절충에 착수해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대선 중.종반의 새로운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날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BBK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에 연루되지 않았으며, BBK와 다스의 실소요주로 볼 만한 정황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번 검찰 발표로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은 완전히 해소됐으며 그동안 네거티브 공세를 펴온 신당과 정 후보는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고 `대안론'을 내세우며 출마한 무소속 이회창 후보도 사퇴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BBK 사건이 결국 `대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난 것은 사필귀정"이라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반성은 커녕 억지와 트집 잡기에 목숨 건 세력이 있는 데 끝까지 공작정치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꼼수다.

이회창 후보도 깨끗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별다른 유세일정을 잡지 않은 채 6일 방송토론회 준비에 몰두하고 오는 7일 전국 유세를 재개, 민생현장을 집중적으로 방문해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대세론을 굳혀나간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당 정동영 후보는 이번 검찰수사를 `정치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노골적으로 편든 짜맞추기 수사'로 규정하고 당초 예정된 전북 유세를 중단한 채 긴급 의원총회와 선대위 회의를 잇따라 열어 대책을 마련했다.

정 후보는 이날 중 '이명박 특검법안' 발의를 추진하고 명동과 광화문에서 신당 소속 의원들을 총동원, 검찰수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기로 했다.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의총에서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다시 파쇼시대로 돌아간다는 불길한 조짐을 갖고 있다.

다시 민주투사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남대문로 단암빌딩에서 긴급 팀장회의, 국민중심당과의 고위전략회의를 연이어 갖고 이날 예정된 명동 밀리오레 앞 유세 등을 취소하고 검찰수사에 대한 범국민 저항운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팬클럽인 `창사랑'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팬클럽인 `박사모' 등을 포함한 지지자들을 동원해 촛불시위나 검찰 항의방문 등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삼재 캠프 전략기획팀장은 검찰수사 발표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대변인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당직자 전원이 집결한 가운데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대회를 갖고 `BBK 특검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영등포, 신도림, 구로디지털밸리에서 유세를 가졌고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산재의료원인 안산중앙병원을 방문한 뒤 안산 초지재래시장에서 유세를 벌였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