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아시아 경제는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비동조화)론'이 와해되고 있다.

올초만 해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세계 경제가 미국 경제와 따로 놀기 시작했다는 디커플링론이 유행했다.국제통화기금(IMF)부터가 그랬다.IMF는 지난 4월 펴낸 '세계경제전망'에서 "미국 경제 움직임이 느려지고 있지만 주택경기는 파급력이 약해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내다봤다.IMF는 지난 10월 수정 전망에서도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0.9%포인트 낮춰 잡은 반면 유로존과 세계경제 성장률은 0.4%포인트 내리는 데 그쳐 이런 시각을 유지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이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디커플링론은 최근 급격히 퇴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8일자에서 보도했다.유럽 및 일본 금융회사들은 이미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주택경기 침체도 글로벌화돼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주택버블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게다가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일본도 영향권에 들었다.특히 엔 캐리 트레이드에 투자됐던 자금이 긴급히 회수되면서 일본 엔화의 가치가 평가절상돼 수출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기는 하다.그러나 최근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것 자체가 미 경기 둔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서브프라임 모기지'란 괴물이 세계 경제는 미국 경제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커플링론'을 다시 체감케 하고 있는 셈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