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우호세력인 케이프포춘이 이익 실현에 나선 가운데 현대상선도 덩달아 10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챙길 전망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콩 허치슨그룹 계열 케이프포춘은 최근 현대상선 보유 주식 1331만6838주(10.01%) 가운데 51만5000주(0.39%)를 주당 4만5500원에 시간외거래로 매각했다.

2004년 현대상선 자사주를 매집한 이후 현대그룹 측의 콜옵션 행사를 제외한 첫 이익 실현이다.

이익 실현 규모는 234억원으로 투자비용 37억원을 제외한 197억원이 수익이다.

현대상선도 더불어 약 50억원의 이득을 챙기게 된다.

자사주를 케이프포춘에 넘기면서 매각차익의 25%를 받는 계약을 맺은 덕이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케이프포춘의 현대상선 보유 지분 9.62%의 평가가치는 4832억원.주식 매입비용 1340억원을 제외한 약 3500억원이 평가차익이다.

이 가운데 현대상선에 돌아가는 이익은 875억원으로 계산됐다.

이번에 들어오는 이익 50억원을 더하면 지난해 영업이익 973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케이프포춘은 현대상선과 전략적 관계에서 자사주를 받았다가 대박을 냈다.

이익실현 금액 500억원과 평가차익 등을 합쳐 3125억원가량의 수익을 얻게 됐다.

2003년 대북송금 파문과 관리종목 등 악재로 인해 바닥이었던 주가가 경영권 분쟁과 해상운임 강세로 급등한 결과다.

한편 현대상선 주가 수준을 감안해 3년 이상 투자했던 케이프포춘도 이번 이익 실현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론 지분 정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케이프포춘과는 특정 시점을 두지 않고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이번 지분 매각은 서로의 양해를 얻어 현대그룹의 또 다른 우호세력에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