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코야키(문어빵)는 천천히 식혀 가며 먹어야 한다.

한입에 넣어 물었다가는 입천장을 데기 십상이다.

오사카행 비행기 안에서 멋모르고 다코야키를 먹다 혼쭐이 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1시간20분이면 닿을 일본이 다코야키 속처럼 뜨거운 문화적 충격으로 먼나라가 되지는 않을까?' 비행기는 어느덧 오사카 상공에서 숨을 고른다.

공항 이용료가 비싸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간사이국제공항이 저 아래 짙푸른 오사카만의 인공섬 위에 하얀 벚꽃처럼 단아하게 떠 있다.

거미줄보다 더 촘촘하다는 일본의 전철을 탔을 때 이방인의 낯설음은 금방 사라진다.

공항에서 오사카 시내까지 50여분간 펼쳐진 창 밖의 풍경이 친숙하다.

망설임 없이 차창을 스치는 건물들과 그 사이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이 어디서 본 듯하다.

멀리 솟아 있는 산과 너른 논밭 풍경도 익숙하다.

일본이라서 갖게 되는 괜한 거리감이 저만치 물러설 때마다 하품 같은 지루함도 함께 멀어졌다.

목적지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유니버설시티 역까지 전철(JR선 또는 난카이센-니시쿠조역 환상선 경유)로 11분을 더 가야 한다.

요금이 1300엔 정도 하는 리무진 버스로는 1시간 내외에 도착한다.

전철역 플랫폼을 나와 5분 정도 걸으니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단장한 USJ 정문이 반갑게 마중한다.

호텔 긴테스 유니버설시티 등 인근에 있는 공식 숙소들도 크리스마스와 디즈니 캐릭터 장식으로 연말연시 특수 준비에 한창이다.

USJ는 연인과 함께 낭만의 크리스마스를 즐기기에 알맞다.

9개의 어트렉션별로,영화와 관련된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이벤트를 열어 전 세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매년 11월8일부터 12월25일까지 48일간 진행되는 '유니버설 원더 크리스마스'가 압권이다.

유니버설 원더 크리스마스가 개막되면 파크 전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한껏 달아올라 화려하고 로맨틱한 세계를 펼쳐보인다.

올해부터 낮에는 뉴욕 에어리어의 그래머시 파크에서 '산타의 토이 파티'를 상영하고 있다.

약 16m 높이의 타워형 스테이지에서 산타와 엘프 그리고 스노맨,장난감 군대 등 각종 캐릭터들이 30분 동안 깜찍하고 흥겨운 댄스와 징글벨 등 친숙한 캐럴을 부른다.

어른들에겐 낭만과 추억을,어린이들에겐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 30만개 촛불 같은 조명…‘빛의 프로메나드’

해가 떨어지면 높이 36m로 일본에서 가장 높다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점등된다.

트리는 뉴욕 에어리어 안쪽 뉴욕공립도서관 세트 전면에 있다.


13만개의 꼬마전구가 발산하는 형형색색의 눈부신 조명을 배경으로 로맨틱 콘서트 '화이트 크리스마스 캐럴'이 밤하늘에 울려 퍼진다.

남녀 솔리스트,성가대,현악단 등 40여명의 출연진이 어우러져 '아베마리아' '글로리아' 등을 부르며 연주한다.

낭만적이고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트리 조명이 카멜레온처럼 변주된다.

무대 양쪽 끝에서 두 명의 백의(白衣)천사가 내려오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실제 천사를 보는 것처럼 환상적이다.

파크 입구에서 뉴욕 에어리어로 이어지는 360m의 메인스트리의 조명도 따스하다.

메인스트리트는 30여만개의 촛불과 같은 조명으로 '빛의 프로메나드'로 변신한다.

일본이 아닌 미국의 LA나 샌프란시스코,뉴욕의 크리스마스 이브 밤거리를 걷고 있는 착각에 빠진다.

USJ의 매력은 이처럼 낮과 밤에 서로 다른 스타일의 쇼를 매년 더하여 기존의 어트렉션들과 함께 세대를 초월하여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있다.

USJ는 지난 3월 신감각의 제트 코스터(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를 가동,탈거리에 재미를 더했다.

일본 최초의 청룡열차 형태 탑승물로 할리우드 구역 상공 1300m 코스를 자유자재로 활주한다.

탑승물 몸체에는 수백 개의 LED 화면이 부착되어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반짝거린다.

지상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할리우드 상공 여기저기에 나타난 유성을 보는 듯하다.

파크 내에는 40여곳의 캐릭터 기념품점과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파크 사이드 그릴'의 케이크와 스테이크는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앙증맞다.

각각의 어트렉션이 끝나는 출구엔 기념품점이 있다.

이곳에서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대다수의 어트렉션별로 협찬회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예컨대 '죠스'는 전일항(ANA),'쥬라기공원'은 후지필름,'피터팬의 네버랜드'는 기린맥주,'터미네이터'는 마쓰시타전기,'백 투더 퓨처 더 라이드'는 도요타자동차,'스누피 스튜디오'는 닛세이(일본생명보험)가 협찬한다.

이들 협찬사의 로고가 간판 옆에 커다랗게 부착돼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홍보 효과가 만점이다.

만일 국내에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개장한다면 이런 협찬 시스템을 도입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USJ는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할리우드,올랜도에 이어 세 번째로 2001년 3월 일본 오사카에 문을 연 '영화 테마파크'다.

터미네이터,슈렉,ET,쥬라기공원,워터월드 등을 재현,할리우드 영화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특히 뉴욕 에어리에서 상연 중인 '스파이더맨 더 라이드'는 3D영상,특수효과,라이브액션 등을 가미한 최상급의 어트렉션으로 꼽힌다.

스파이더맨과 악당이 싸우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은 첨단장치가 총동원되어 흥미진진하기 이를 데 없다.

애미티 빌리지의 죠스 역시 가만히 꼬리만 내놓고 있는 헐리우드의 죠스보다 영화의 장면을 한층 더 실감나게 재현한다.

워터월드는 헐리우드의 방식을 완벽하게 복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일본만의 그 무엇이 없어 다소 밋밋하다.

지난 7월에 문 연 스누피 스튜디오의 대형 회전목마 '매지컬 오즈 고 라운드'는 관람객의 연령층을 다양화했다는 평가다.

정문 입구에서부터 왼쪽 방향으로 할리우드구역,뉴욕구역,마지막으로 웨스턴구역까지 총 9개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기는 도쿄돔의 12배로 여의도의 5분의 1이나 된다.

관람객은 연 800만명 이상으로 외국인이 10%를 차지한다.

한국인 관광객도 연간 20만명이 다녀간다.

인기 있는 어트렉션의 경우 한두 시간 정도 줄서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하루 입장료는 어른이 5800엔,어린이는 3900엔.연간회원권은 11000엔이다.

12월25일까지 한국 관광객만을 위한 입장료 할인쿠폰행사를 실시한다.

어른은 5800엔에서 5200엔으로,어린이는 3900엔서 3500엔으로 10% 깎아준다.

음식물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밖으로 나왔다가 재입장하기 위해서는 손바닥에 스탬프를 받아야 한다.

오사카(일본)=글·사진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