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이윤미(26) 씨는 얼마 전 작곡가인 남편 주영훈 씨와 결혼 1주년을 맞이했다.

1년 전에는 결혼식 당일과 그 다음날 새벽에 드라마 촬영이 있어서 신혼여행을 뒤늦게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1주년 기념으로 특별히 짬을 내 제주도를 다녀왔다. 지난 1년 동안은 SBS ‘마이 러브’, MBC ‘나쁜 여자 착한 여자’, SBS ‘날아오르다’에 연속 출연하느라 신혼다운 기분을 느낄 틈이 없었다고 한다.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마다할 이유야 없지만 연말까지는 조금 쉬면서 둘이 보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남편을 위해 요리도 하고 이것저것 챙겨 주고 싶네요.”

사실 결혼 후 더 바쁜 그녀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남편만이 아니다. 지난 7월 오픈한 인터넷 패션 쇼핑몰 ‘코코넛아일랜드(www.coconutisland.co.kr)’ 역시 그녀의 생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또 다른 대상이다. 코코넛아일랜드를 오픈한 첫날에는 이윤미 주영훈 부부가 하는 쇼핑몰이라는 유명세 탓에 방문자가 폭주해 사이트 접속이 중단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단순히 여성 의류 쪽에만 집중하지 않고 남자와 여자, 아이들 옷까지 총망라한 ‘패밀리 룩’을 판매하는 쇼핑몰이에요. 2년 전부터 어렴풋이 쇼핑몰을 열 마음을 먹었고 1년 동안 구체적으로 준비하면서 차별화된 콘셉트를 찾았습니다.”

기존의 쇼핑몰들이 점유하고 있지 못한 ‘비어 있는 공간’을 고민한 결과가 가족이 함께 입는 옷이었다. 그녀 스스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미지가 있는 만큼 자신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았다고 한다. 아이가 있는 가족이 외출할 때 함께 입을 수 있는 옷을 파는 곳, 가족이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섬이라는 뜻에서 쇼핑몰의 이름을 코코넛아일랜드로 정했다.

“엄마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차려입고, 아빠는 양복 아니면 평범한 남방을 걸치고, 아이는 아이대로 전혀 다른 느낌의 옷을 입고 있는 가족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되잖아요. 젊은 엄마들, 멋있는 미시족이 마음에 드는 자기 옷과 함께 가족 전체에게 어울리는 옷을 고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자체 생산 비중 높아

그녀는 슈퍼엘리트 모델 출신으로 대학은 연극영화과를 나왔다. 이런 배경에 170cm의 늘씬한 몸매까지 합치면 옷 고르고 입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높아졌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된다. 하지만 그저 안목만으로 연예인 쇼핑몰 춘추전국 시대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까. 알고 보니 그녀에겐 직접 옷 만드는 재주도 있었다.

“제가 보기와는 달리 바깥에서 돌아다니는 것보다 집안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좋아해요. 집에 있는 기존의 창고를 개조해 재봉틀을 들여놓고 아예 작업실로 만들었어요. 결혼한 후에 주영훈 씨 옷을 정리했더니, 살 쪘을 때 사서 지금은 못 입는 옷들이 많더라고요. 원단이 아깝다는 생각에 일일이 잘라서 시간 날 때마다 다른 옷들로 변신시키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결혼할 때 남편의 턱시도와 자신이 입을 웨딩드레스도 손수 만든 그녀다. 당시 디자이너 조성경 씨의 작업실에서 천 고르기부터 배워가며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예복을 만든 경험이 있다. 지난해는 쌍춘년에 결혼하면 좋다는 속설 때문에 연예인 커플의 결혼이 절정을 이루던 때였는데도 그녀가 만든 예복은 최고의 웨딩드레스로 손꼽혔다.

패션 디자인에 대한 이윤미의 관심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때 전공 외 부전공으로 패션 디자인을 택해 1년 동안 이론과 실기를 배운 적이 있다. 코코넛아일랜드의 운영은 언젠가 직접 패션 브랜드를 내겠다는 그녀의 꿈이 이제야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디자이너가 아닌 배우로서도 패션은 중요합니다. 자기가 맡은 배역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패션이 참 중요하잖아요. 요즘 스타들은 대중들이 닮고 싶어 하는 패션 아이콘이기도 하고요.”

그녀는 동업자나 별다른 보조 없이 홀로 쇼핑몰 기획을 전담하고 있다. 큰 기업에서 손잡고 일하자는 제안도 받았지만, 조그맣더라도 직접 돈과 열정을 투여하는 사업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이왕 하는 일이라면 얼굴만 내미는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하나하나 밟아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웹 구축과 배송은 통신 판매 대행업체를 통해 해결하고 결제 관리는 동서(주영훈 씨 동생의 아내)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버겁지만 자잘하게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요. 이제까지 제가 모델이 돼서 촬영을 할 때는 분장, 소품, 의상, 촬영을 다 남들이 준비해 줬잖아요. 우리 쇼핑몰에 올릴 의상사진 촬영을 할 때는 단란한 가족 분위기를 내기 위해 조카를 섭외하고 저를 비롯한 모델들이 입을 옷도 챙기고 하다못해 소품용 돗자리 하나까지 혼자 챙겨야 합니다.”

처음에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동대문시장에 나갔다가 한 아름의 옷 보따리를 들고 새벽에야 돌아오는 등 그녀의 극성에 주영훈 씨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날 드라마 촬영도 가야 하는데, 굳이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뜻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녀의 뜻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최고의 우군이지만 말이다.

그녀가 사람을 따로 쓰지 않고 남 보기에 작게 출발한 이유는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원대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훗날 제대로 된 패션 브랜드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젊은 지금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거쳐 공부하고 사서라도 고생을 해야 한다는 기특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 홀로 기획과 홍보 맡아

“엑셀 프로그램으로 장부 작성하기, 재고와 품절을 처리하는 방법, 유통 흐름을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바닥부터 경험해야 직접 경영을 할 수 있으니까요. 꿈은 크게 꾸되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제대로 알아야지요. 브랜드가 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나중을 위해서 상표 등록도 다 해 놨어요.”

코코넛아일랜드의 경쟁력은 도매상에서 구입하는 물건보다 자체 주문 제작 상품이 더 많다는 데 있다. 주문 제작하면 대량 생산을 위한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웬만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여간해서는 자체 생산에 도전하지 않는다. 도매상에서 소량 구입해 팔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에 자체 생산에 욕심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품목을 여러 벌 찍어야 하니까 사업비용이 올라가는 단점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역으로 그 한 벌만큼은 정말 낮은 단가에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옷을 싼 가격에 선보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인 패션을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게끔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끔은 패밀리 룩이라는 콘셉트가 자리를 잡아 어떤 낯모르는 가족이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코코넛아일랜드의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것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수많은 가족들의 한때를 그리는 것으로 힘이 난다.

“내가 잘 입을 수 있는 옷이어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곧 저에게도 아이가 생길 것이고 세월이 흘러도 온 가족이 행복하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김희연 객원기자 foolfo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