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는 280포인트에서 2000포인트로,시가총액은 60조원에서 1100조원으로.'

외환위기 10년 국내 주식시장의 성적표다.

외견상 A+이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평가가 달라진다.

주식시장의 가장 큰 역할은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기업들이 설비투자 등을 위해 필요자금을 조달하는 창구가 바로 증권시장이다.

이런 점에서 주식시장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국내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자사주 취득,현금배당 등 상장 유지에 쏟아부은 돈은 69조원이다.

이는 상장기업들이 증시에서 유상증자,기업공개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 30조원의 두 배에 달했다.

증시가 상장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기보다는 기업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신규 상장기업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투명성''주주중시 경영' 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나타난 역효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30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장기업의 31%가 경영권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주주들이 막대한 현금을 들여 지분율을 확대하거나 자사주 취득 등에 현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장기업들은 장기투자 계획과 무관하게 경영권 방어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돈을 소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상장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을 느끼지 않고 본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막대한 상장 유지 비용과 증권집단소송 위험 등을 고려하면 증권시장이 기업가정신을 살리는 자본주의 심장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