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보유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우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13일 코스피지수가 한때 30포인트 넘게 하락,1887까지 떨어졌던 것도 외국인이 무려 8799억원을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이는 하루 기준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차익실현 나선 외국인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증시가 조정을 받기 시작한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8거래일 동안 3조3109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불거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지난 8월 중순 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이 이처럼 매도 공세에 나선 것은 글로벌 증시 조정을 계기로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7일까지 한국을 비롯한 대만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개국에서 모두 순매도를 했으며 총 매도 규모는 29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아시아 신흥시장의 주가가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해졌다"며 "그러나 최근 주가가 하락한 만큼 공격적인 매도 흐름은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기간에 외국인이 주로 팔았던 종목은 LG필립스LCD 포스코 두산중공업 LG LG전자 현대중공업 등 정보기술(IT)주와 조선·철강주들이다.

특히 LG필립스LCD는 4645억원,포스코 3475억원,두산중공업은 3323억원어치나 팔았다.

반면 신세계 하나금융 대우인터내셔널 우리금융 LG데이콤 대우증권 등 내수주는 사들이고 있다.

◆매도공세 언제까지

이남우 메릴린치 전무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에 대해 특별히 부정적이지 않다"며 "아시아 시장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가운데 한국의 유동성이 좋다 보니 국내에서 매도 규모가 커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올해와 내년 모두 긍정적인 만큼 외국인의 매도 강도는 낮아질 것"이라며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중국 관련주보다는 외국인이 선호하는 내수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권했다.

안승원 UBS 전무도 "현재 빠져나가고 있는 자금은 중장기보다는 분위기에 따라 움직이는 자금이어서 상황이 좋아지면 언제든지 돌아올 것"이라며 최근과 같은 강도 높은 매도세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자금의 유입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순매도 외국인의 주체는 비교적 국내 시장에 일찍 발을 들여놓은 미국과 영국계 투자자들이어서 매도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올 들어 중동계 자금이 1조7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중동 일본계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고 있어 외국인 매도세는 내년을 정점으로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서정환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