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플레이어보다 갤러리나 시청자가 더 무섭다.'

프로골퍼들에게는 골프 규칙 위반이 뼈아프다.

1타가 수백만∼수억원의 상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선수들의 규칙 위반이 플레이어 본인이나 동반플레이어(마커)보다 갤러리나 중계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제보로 발각되는 일이 잦다.

지난 10일 HSBC챔피언스에서 실격당한 양용은이 그랬고,허석호도 시청자의 제보가 발단이 돼 실격당한 적이 있다.

선수들은 갤러리가 있든 없든 규칙에 의거,플레이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실격당할 수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

사례별로 보자.

◆갤러리가 감시한다: 요즘 갤러리들은 골프 규칙을 잘 안다.

선수들이 플레이 중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하면 곧바로 경기위원회에 제보한다.

HSBC챔피언스에서 양용은이 실격(스코어 오기)당한 것도 한 갤러리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양용은은 그날 12번홀(파3)에서 '더블 보기'를 '보기'로,17번홀(파3)에서는 '버디'를 '파'로 적어냈다.

12번홀이 문제였는데,그날 스코어는 70타로 실제와 같았기 때문에 갤러리가 홀별 스코어를 지적하지 않았더라면 묻혔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시청자가 제보한다: 대회장에 가지 않고 TV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도 매섭긴 마찬가지다.

'해마(海馬) 수염'으로 유명한 크레이그 스태들러는 1987년 미국PGA투어 앤디윌리엄스오픈 3라운드 때 나뭇가지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샷을 했다.

땅바닥이 질었던지,무릎 밑에 수건을 깔았는데 이 장면을 본 시청자가 '규칙 위반이 아니냐'고 제보하는 바람에 그가 '스탠스 장소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실격당한 사례는 지금도 회자된다.

허석호는 2002년 도켄코퍼레이션컵 2라운드 때 연습 스윙을 하던 중 나뭇잎 하나가 떨어졌다.

그 광경을 본 시청자가 전화를 했고,경기위원회는 스윙 구역을 개선했다는 이유로 실격을 주었다.

◆기자ㆍ해설자의 눈도 있다: 미셸 위의 프로데뷔전인 2005삼성월드챔피언십.그는 3라운드 7번홀에서 언플레이어블볼을 선언한 뒤 드롭했다.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던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 기자는 미셸 위가 홀쪽으로 가까이 간 곳에 드롭했다고 제보했고,경기위원회는 검토 끝에 미셸 위에게 실격(오소 플레이)을 통보했다.

지난달 한국오픈 2라운드에서 김경태가 '닦지 말아야 할 볼을 닦은 일'도 그 대회를 중계하던 해설자의 코멘트가 발단이 돼 알려졌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투어 대회였다면 영락없이 실격을 당할 상황이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