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불안을 잘 극복했지만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질 경우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제럴드 시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은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 주최 강연에서 이같이 말하고,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어 내년 세계 경제에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부동산 경기는 내년 한국 경제에도 최대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IMF가 이미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4.8%에서 내년 4.6%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미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진다면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0.25~0.5%포인트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프 부국장은 이와 함께 한국이 극복해야 할 3대 과제로는 서비스 부문의 낮은 생산성,인구 고령화,높은 수준의 가계 부채를 꼽았다.

시프 부국장은 "한국은 제조업과 서비스부문의 생산성 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큰 편에 속한다"며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고 경쟁을 도입해 서비스 산업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현상에 대해서도 "기대수명 증가와 저출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15~64세 노동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곧 G7국가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인구 고령화로 인해 한국정부에 연금 및 보건복지에 대한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가계자산 대비 부채율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다고 지적하고,이는 소비성장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금리에 대한 민감도를 높아지게 해 금리 상승시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