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정 전면 재조정..`장고모드' 돌입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무소속 이회창 후보(전 한나라당 총재) 출마로 인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보수.우파진영의 표심 단속에 나섰다.

이번 대선에서 시대정신은 `탈(脫) 이념 경제우선'이 될 것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결집이 정권교체의 필수 조건임을 여러 계기를 통해 강조키로 방침을 정한 것.
특히 전날 이회창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에 대해 "국가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이 없고, 대북관이 애매모호하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이 `정통보수'임을 우회적으로 밝힌데 대해 `진짜 적자는 이명박'임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양측의 보수 적자 논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8일 오후로 예정된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 초청 대선후보 안보강연회를 앞두고 연설문을 일부 수정토록 측근들에게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당초 자신의 외교.안보 정책구상인 `엠비(MB) 독트린'과 핵심공약인 '비핵.개방 3천구상'을 폭넓게 소개키로 했으나 보수 정체성을 선명하게 강조하는 방향으로 연설 순서와 문구를 일부 수정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서울시청 청사를 태극기로 뒤덮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국가정체성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면서 "나와 한나라당의 이념도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북방한계선(NLL)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참여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내놓을 예정이다.

이는 무소속 이 후보가 전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과 후보의 (국가정체성에 대한) 태도는 매우 불분명하다"고 지적, 자신이 정통보수의 대표주자임을 자처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원로들도 `이념'을 문제삼는 무소속 이 후보에 대한 공격과 견제에 일제히 가세했다.

강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소속 이 후보가 보수우파의 대동단합을 위해 출마했다고 하는데 궤변이다.

그런 논리로 어떻게 과거에 판결문을 쓸 수 있었을까 의아할 정도로 논리가 변칙적이고 해괴하다"면서 "온국민은 (무소속 이 후보가) 보수우파를 분열시킨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 경선캠프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희태 의원도 KBS라디오에 출연, "이명박 후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주의를 누구보다 신뢰할 뿐만 아니라 몸소 실천한 분"이라며 "이명박 후보가 보수라는 건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나 혹시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 명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광주에서 가질 예정이었던 농업분야 타운미팅을 무기한 연기하고 자신의 개인사무실인 안국포럼에 머물며 개인면담을 갖는 등 일정을 조정하며 `장고모드'에 돌입했다.

아울러 당 선대위도 사실상 '비상체제'를 선포하며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인해 급격히 흔들리는 대선지형을 원위치 시키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일 국민성공대장정 경남대회는 그대로 진행하되 이후의 모든 일정을 전면 재조정해서 위기상황에 대처하고 대안책도 전면적으로 수정할 것"이라며 "이 후보가 강력한 대처방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